[더오래]개한테 물린 개…그 주인 위자료 받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0.12.14 13:00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27)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반대로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기자 세계에서 거의 속담과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반면 법률에서는 개가 사람을 물든 사람이 개를 물든 모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600만이 넘고, 반려동물의 수도 1000만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법률상 반려동물은 민법 제103조의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가지고 사람과 교감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단순히 가구나 전자 제품과 같은 물건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은 법률상 특별한 취급을 받습니다. 반려동물을 특별히 취급한 판결 중 눈여겨볼 만한 사례를 소개해드립니다.

사례1
마침 같은 공원을 산책하던 B의 반려견이 A의 반려견을 물었고, 결국 A의 반려견은 세 부위의 교상과 근육출혈 및 근육 괴사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진 pixabay]

마침 같은 공원을 산책하던 B의 반려견이 A의 반려견을 물었고, 결국 A의 반려견은 세 부위의 교상과 근육출혈 및 근육 괴사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진 pixabay]

장애 1급자인 A는 모친과 함께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마침 같은 공원을 산책하던 B의 반려견이 A의 반려견을 물었고, 결국 A의 반려견은 세 부위의 교상과 근육출혈 및 근육 괴사 등의 상해를 입었다.

A는 반려견을 치료하기 위해 총 100여만 원의 치료비를 지출했다. A는 B를 상대로 치료비 이외에 반려견이 다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A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물건이 입은 피해로 정신적 손해를 입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가구가 파손된 경우 수리비는 배상받을 수 있지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물건과 관련된 정신적 피해를 배상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반려동물도 민법상 물건이므로 위와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반려견이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이고, 반려견의 소유자는 반려견과 정신적인 유대감과 애정을 나누고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일반적인 물건과 다르게 보았습니다.

법원은 장애 1급인 A가 애정과 정성으로 자신의 개를 양육해 왔고, 가해자의 개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는 장면을 직접 목격함에 따라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또한 치료 과정에서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재산적 손해배상과 별도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치료비와는 별도로 위자료로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례2
사라진 개는 사냥개인 ‘케인크로소’ 품종으로 시가는 150만 원 상당이었다. C는 시가 150만 원 상당의 재물 손괴죄로 기소되었다.[사진 pixabay]

사라진 개는 사냥개인 ‘케인크로소’ 품종으로 시가는 150만 원 상당이었다. C는 시가 150만 원 상당의 재물 손괴죄로 기소되었다.[사진 pixabay]

C는 2017년 2월 밤 9시경 강원도 OO시에 있는 어느 공터에서 바닥이 뚫려 있는 철망으로 된 개장 안에 마른 개 2마리가 추위에 떨고 있는 듯이 보여 불쌍하게 생각했다. C는 개장 문을 열어 개 2마리를 풀어주고, 근처 마트에서 개 사료와 우유를 사와 개들에게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개를 키울 거면 키우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해 개장 위에 올려놓고, 개들을 개장 안에 넣어놓지 아니한 채 자리를 떠났다

두 마리 개 중 한 마리는 어디론가 도망쳐 사라졌는데, 사라진 개는 사냥개인 ‘케인크로소’ 품종으로 시가는 150만 원 상당이었다. C는 시가 150만 원 상당의 재물 손괴죄로 기소되었다.

C는 개들이 추위에 떨며 갈비뼈가 앙상한 상태여서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먹이를 주기 위하여 철창을 열어주었고, 또한 주변의 안락한 장소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다시 개들을 개장에 들여보내지 않았으며, 해당 개들의 품종은 귀소본능이 강하고 한동안 지켜볼 때까지도 도망가지 않았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자리를 떠났다고 항변했다. 즉 자신에게는 고의가 없었고, 설령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무죄라고 주장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를 풀어 놓아 찾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형법상 ‘재물 손괴’에 해당합니다. 사례에서 C는 추운 겨울날 우리 안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개를 보고 측은지심에 개를 풀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개를 추위에 방치한 주인의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와는 별개로 개를 풀어준 C의 행위는 정당한 것일까요?

법원은 개 소유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개들이 도망치는 경우 동사나 아사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C에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C가 평소 동물 보호 활동을 열심히 해왔고, 동물을 보호하려는 측은지심에서 비롯되어 범행하게 된 점을 고려하여 30만 원의 벌금형을 인정하였습니다. 만일 C가 법원이 요구한 조건에 맞추어 개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면 아마도 C는 정당행위로 인정되었을 것입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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