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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택트 첫 도전 이승환 “16년 만에 연말 공연 없어 생경한 현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열린 온택트 콘서트 ‘스트로 뮤직 위드 이승환’. [사진 스트로]

13일 열린 온택트 콘서트 ‘스트로 뮤직 위드 이승환’. [사진 스트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공연이 없는 게 16년 만이에요. 너무 생경한 현실이죠.”
13일 첫 온택트 콘서트 ‘스트로 뮤직 위드 이승환’에 도전한 가수 이승환(55)의 말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이달 서울·부산·울산 등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국투어 ‘이십세기 이승환+’를 내년으로 연기한 그는 팬들과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종합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가 마련한 ‘스트로(STRAW)’의 첫 타자로 무대에 올랐다. ‘문화 한 모금’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스트로’는 공연·강연·전시 등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해 이를 온·오프라인 상의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서울·부산 등 전국 투어 연기 #새 플랫폼 스트로 첫 타자로 무대 올라 #객석 마이크 넘기기로 내적 떼창 유도 #팬들도 채팅창에 비행기 날리며 화답 #

공연 초반 긴장한 듯했던 이승환은 1999년 ‘무적투어’를 시작으로 지난해 30주년 콘서트 ‘무적전설’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초로 브랜드 공연을 안착시킨 ‘공연의 신’답게 첫 온택트 콘서트도 이내 능숙하게 이끌어갔다. 비록 눈앞의 객석 150석은 비어있지만, 방구석 1열에서 즐기고 있을 2200명의 관객을 향해 부지런히 마이크를 넘기며 ‘내적 떼창’을 유도했다. 오프닝으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부른 이승환이 “사랑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라고 다음 가사를 일러주면 관객들이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손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20세기 방식으로 즐기는 21세기 공연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분위로 꾸며진 무대. [사진 스트로]

크리스마스 분위로 꾸며진 무대. [사진 스트로]

이날 생일을 맞은 그는 “가수의 고령화에 따른 팬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2020년은 누구도 고난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에 제게 그럴 권한이 있다면 올 한 해만큼은 나이를 한 살 안 먹게 해드렸으면 좋겠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네기도 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케이크 촛불도 드라이기로 껐다. 이벤트에 강한 가수 팬들답게 채팅창도 바쁘게 움직였다. 공연 특수효과 레퍼토리까지 꿰찬 이들은 이승환이 ‘가족’을 부를 땐 알아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고 ‘물어본다’가 나오면 휴지 폭탄을 준비해 던지는 등 함께 즐기는 공연을 만들어갔다.

올 상반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에 수록되며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한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부르는 모습 뒤로 눈발이 흩날리기도 했다. 이날 서울에 내린 눈은 그쳤지만 창이 천장까지 뚫려 있어 바깥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공연장(서울 대치동 씨스퀘어)의 장점을 살려 실제 눈이 오는 것처럼 연출해 운치를 더했다. 지난해 6월 ‘라스트 빠데이-괴물’ 공연에서 9시간 30분 동안 93곡을 부르며 단독 최장 공연 기록을 세운 그는 “9시간 반 동안 노래하다가 1시간만 하려니까 어색하다”며 “오후 9시면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공연 시작 시간도 오후 8시에서 7시로 1시간 당긴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75분간 10곡을 열창한 이승환은 “아무래도 대형 공연장은 거리감이 있기 마련인데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이곳에서 다음 공연을 하는 뮤지션도 이런 느낌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 VOD는 스트로 홈페이지에서 내년 1월 공개될 예정이다.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윤준호 본부장은 “앞으로 밴드 콘서트, 클래식 공연, 학술 포럼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스트로를 실시간 중계와 아카이브를 병행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창작자들과 팬, 대중,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문화 및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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