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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내년 봄 친환경 꽃밭 보고 싶나요 영양 만점 흙에 씨앗 뭉쳐 던지세요

중앙일보

입력

생태계의 보고(寶庫), 습지는 생물 다양성·생산성이 높아 생태계 보호를 위한 중요한 공간으로 꼽히죠. 안타깝게도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습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이에 세계 여러 나라는 사라져가는 습지와 습지 서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협약을 맺었죠.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람사르 습지는 경남 창녕군 우포늪, 강원도 대암산 용늪, 울산 울주군 무제치늪, 충남 태안군 두웅습지, 제주 1100고지 습지 등입니다. 인천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점점 심해지는 육지화를 막고자 올해 31억원의 예산을 들여 생물 서식지를 확충하기도 했어요.

습지는 하천·연못·늪 등으로 둘러싸인 젖은 땅이에요. 바다처럼 물에 완전히 잠겨 있지는 않지만, 일 년 중 일정 기간 이상 물에 잠겨 있거나 젖어 있죠. 지구 전체 지표 면적 중 약 6%에 해당하며, 지구 생물 중 약 2%가 습지에 살아요. 바다에 사는 생물의 약 60%가 습지에 알을 낳고, 습지를 서식지로 이용하는 새들은 170여 종이나 됩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개구리·두꺼비·맹꽁이 등 양서류를 비롯해 잠자리류·딱정벌레류 등도 습지에 살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의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염생식물·갈대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입니다.

습지에는 양서류·잠자리류·딱정벌레류 등 다양한 생물이 산다. 작은 연못 속 습지 생물을 관찰하고 있는 학생기자단.

습지에는 양서류·잠자리류·딱정벌레류 등 다양한 생물이 산다. 작은 연못 속 습지 생물을 관찰하고 있는 학생기자단.

자연 방파제의 역할도 하는데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해일·침식으로부터 연안 유역을 보호하고 해안침식을 줄이죠. 기후·습도 조절, 수질 정화 등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것 역시 습지의 역할이에요. 인간에게도 중요한 삶의 터전입니다. 사람들은 늪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농사를 짓고, 갯벌에서는 조개·굴 등 어패류를 얻고 소금을 만들며 살아가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습지를 ‘자연의 콩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맹서율·맹서후·박서연 학생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난지 생태습지원)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어요. 난지 생태습지원은 습지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마른 습지에 한강 물을 유입해 조성한 인공 습지입니다. 습지원 내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가 있어 한강의 생태 감수성, 생물 다양성 등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습지 생물도 보호하고 1365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활동 시간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꽃씨 폭탄 만들어 던지기’ 활동에 참여했어요.

녹색미래 윤종훈(맨 왼쪽) 팀장·김영선(맨 오른쪽) 교육코디네이터와 소중 학생기자단이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에서 포즈를 취했다. 녹색미래는 난지 생태습지원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녹색미래 윤종훈(맨 왼쪽) 팀장·김영선(맨 오른쪽) 교육코디네이터와 소중 학생기자단이 난지수변생태학습센터에서 포즈를 취했다. 녹색미래는 난지 생태습지원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세 사람을 환경단체 녹색미래 김영선 교육코디네이터가 반갑게 맞았죠. “오늘은 습지 생태계에 대해 배워보고, 꽃씨 폭탄을 만든 후 습지 곳곳에 던질 거예요. 꽃씨 폭탄은 흙에 각종 씨앗을 넣어 동그랗게 뭉친 거죠. 동그란 모양이 마치 폭탄 같아 꽃씨 폭탄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왜 꽃씨 폭탄을 만들어 던지나요? 일반 씨앗을 심는 것과 차이가 있나요?” 서연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꽃씨 폭탄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흙을 습지 근처에서 구해요. 자연의 흙은 나뭇잎·풀·작은 가지 등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분해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풍부하죠. 이를 부엽토라 합니다. 부엽토에 식물을 재배하기 적합한 흙을 가공해 인위적으로 만든 배양토를 섞어요. 영양분이 풍부한 두 흙이 만났으니 습지식물이 자라기 아주 좋겠죠. 여기에 씨앗을 버무려 꽃씨 폭탄을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씨앗을 심을 땐 땅에 화학 비료를 더해주기도 하는데, 꽃씨 폭탄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씨앗과 영양분을 함께 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고 친환경적이죠.”

서후 학생기자가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는데 지금 꽃씨를 뿌려도 괜찮은지” 묻자 김 코디네이터는 “씨앗은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어요. 오히려 봄에 씨앗을 뿌리는 것보다 가을·겨울에 심을 때 씨앗이 필요한 영양분을 잘 갖춰 예쁜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놀라운 답이 돌아왔죠. 녹색미래가 매해 가을·겨울 꽃씨 폭탄 만들어 던지기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꽃씨 폭탄을 던지기에 적절한 시기는 씨앗마다 다르기 때문에 계절에 맞게 선정해 봉사활동을 진행하죠. 겨울에는 주로 야생화 씨앗을 뿌린다고 해요.

“꽃씨 폭탄 외에 저희 같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서율 학생기자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습지원 내 일손이 필요한 곳을 돕는 ‘내가 가꾸는 난지’, 억새 숲속 습지를 탐방하며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는 ‘행복한 습지탐방’, 수질 비교 실험 ‘수질 모니터링’ 등이 있어요.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활동은 양서류 보호 운동인데요. 난지 생태습지원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 외에도 두꺼비가 살고 있어요. 두꺼비는 올챙이에서 작은 두꺼비(아성체)가 되면 연못에서 산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죠. 그런데 난지 생태습지원에서 산으로 올라가려면 큰 도로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많은 두꺼비가 쌩쌩 달리는 자동차나 자전거에 밟혀 죽곤 합니다. 이런 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최근 모금을 진행했는데, 연못 주변에 두꺼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죠. 친구들에게 알리고 함께 참여해도 좋겠죠.”

유의해야 할 점은 난지 생태습지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제한이 있다는 거예요. 난지 생태습지원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거든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 서울시 보호종인 무당개구리·물총새·박새·오색딱따구리 등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죠. 자생종인 이들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무거나 심거나 함부로 서식지를 만들어줄 수 없다는 뜻이에요. 씨앗 폭탄 역시 습지원에서 나고 자란 씨앗으로 만들죠. 억지로 심지는 않되, 바람과 동물에 의해 씨앗이 퍼지는 것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궁금증이 풀렸다면 꽃씨 폭탄을 만들어볼까요? 우선 습지의 부엽토와 배양토를 섞습니다. 정확한 비율은 없고 적당히 섞어주면 돼요. 단, 집에서 만들 때는 배양토로만 하는 게 좋아요. 밖에서 가져온 흙에는 여러분이 잘 모르는 나쁜 균이나 곤충이 살 수 있거든요. 오늘은 제가 미리 부엽토 검사를 마쳤으니 안심하고 만져도 괜찮아요. 흙을 섞은 후 약간 촉촉한 정도로 물을 부어주세요. 물이 너무 많으면 질척해지고, 적으면 흙이 잘 뭉치지 않으니 주의하세요.”

부엽토와 배양토를 적당히 섞은 뒤 해바라기·익모초·계요등·모감주나무 씨앗을 넣고 버무린다. 동그랗게 뭉치면 꽃씨 폭탄이 완성된다.

부엽토와 배양토를 적당히 섞은 뒤 해바라기·익모초·계요등·모감주나무 씨앗을 넣고 버무린다. 동그랗게 뭉치면 꽃씨 폭탄이 완성된다.

김 코디네이터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흙을 섞는 학생기자단 옆에 4개의 씨앗이 준비됐습니다. 각기 다른 개성 넘치는 모양에 세 사람이 시선을 빼앗겼죠. “첫 번째 씨앗은 해바라기예요. 여러분에게도 익숙한 씨앗이죠. 여기부터 좀 어려울 텐데, 동글동글한 콩알 모양의 이 씨앗은 뭘까요?” 학생기자단이 고개를 갸웃했어요. “계요등이에요. 자랐을 때 닭의 오줌과 같은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해 계요등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7~9월에 흰색 바탕에 자줏빛 점이 있는 작은 꽃을 피웁니다. 모감주나무 씨앗은 매끄럽고 까만 형태죠. 매우 단단해서 염주를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해요. 대부분의 나무는 봄에서 초여름까지 꽃을 피우고 지는데, 모감주나무는 한여름에 꽃을 피워요. 노란빛에 빨간 꽃술이 있는데 아주 예쁘죠. 마지막으로 부슬부슬하고 독특한 모양의 익모초 씨앗을 소개할게요. 대를 따라 씨앗이 매달린 모습이 마치 3단 케이크 받침대 같죠.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월동 후 봄부터 무럭무럭 성장해 최대 2m까지 자란답니다.”

꽃씨 폭탄을 만들고 있는 학생기자단의 모습. 점성이 없는 흙은 손에 힘을 주고 꼭꼭 눌러야 동그랗게 잘 뭉쳐진다.

꽃씨 폭탄을 만들고 있는 학생기자단의 모습. 점성이 없는 흙은 손에 힘을 주고 꼭꼭 눌러야 동그랗게 잘 뭉쳐진다.

잘 섞은 흙에 네 종류의 씨앗을 뿌린 뒤 동그랗게 뭉칩니다. 흙에는 점성이 없기 때문에 만두 빚듯 동그랗게 굴리다가는 부서질 수 있어요. 손에 힘을 주고 꼭꼭 누르며 뭉쳐야 하죠. 아직 요령이 없는 학생기자단 사이에서 비명이 터졌어요. “폭탄이 부서졌어요” “선생님처럼 안 돼요”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리고 열심히 뭉친 끝에 한 바구니 가득 꽃씨 폭탄이 완성됐습니다.

왼쪽부터 박서연·맹서율·맹서후 학생기자가 서울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을 찾아 직접 만든 꽃씨 폭탄을 던지고 있다.

왼쪽부터 박서연·맹서율·맹서후 학생기자가 서울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을 찾아 직접 만든 꽃씨 폭탄을 던지고 있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난지 생태습지원으로 나가 꽃씨 폭탄을 여기저기 던졌어요. 차가운 바람에 폭탄이 말라 흙이 제멋대로 흩어지기도 했지만, 야구공 던지듯 힘차게 꽃씨 폭탄을 퍼뜨리다 보니 금세 바구니가 텅 비었죠. 붉은 저녁노을과 물억새, 갈대가 어우러진 습지원을 바라보며 학생기자단은 잠시 감상에 젖었습니다. 아름다운 습지를 우리 손으로 가꾸고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오늘 꽃씨 폭탄을 직접 만들고 던져보니 어떤가요. 꽃씨 폭탄을 힘껏 던지며 스트레스도 풀고, 습지 생태계도 보호할 수 있어 일석이조죠. 학교에서 한 번쯤은 습지에 대해 배웠을 거예요. 하지만 책으로 익히는 것과 몸으로 체험하는 건 천지 차이죠. 식물이 궁금하다면 직접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세요. 동물이 궁금할 땐 밖으로 나와 관찰하세요. 자연보다 좋은 선생님은 없답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맹서율(서울 중대초 5)·맹서후(서울 중대초 5)·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처음 꽃씨 폭탄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꽃씨를 멀리 던지기 위해 뭉친 씨앗 덩어리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새가 꽃씨를 먹은 후 배변하는 과정에서 꽃씨가 더 멀리 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신기했죠. 꽃씨 폭탄을 만드는 법은 매우 간단해요. 흙에 적당한 양의 물을 섞고 씨앗과 함께 동그랗게 뭉쳐주면 완성이죠. 또래 친구들, 혹은 더 어린 동생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답니다. 꽃씨 폭탄을 힘껏 던지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하루였어요.  맹서율(서울 중대초 5) 학생기자

취재하기 전에 꽃씨 폭탄이라는 말을 듣고 펑! 하고 터지는 건 아닐까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취재 장소에 도착했어요. 우리가 던지는 것만으로는 꽃씨를 널리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생태 공원의 동물들이 꽃씨를 먹고 몸에 묻히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먼 곳까지 퍼진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죠. 생태계에 대해 배우고, 여러 꽃씨의 이름을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쉽고 재미있는 봉사활동을 찾고 있다면 꽃씨 폭탄 던지기를 추천합니다.  맹서후(서울 중대초 5) 학생기자

동글동글 꽃씨 폭탄을 직접 만들었어요. 흙에 씨앗을 넣고 주먹밥 만들 듯 돌돌 뭉치기만 하면 돼 재미있었죠. 선생님께서 재료만 있다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다음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꽃씨 폭탄을 만들어 근처 공원에 던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던진 꽃씨 폭탄 속 씨앗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멋진 식물로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박서연(경기도 분당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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