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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공임대로 집값 잡는다는 거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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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대동한 채 경기도 동탄의 44㎡(13평) 임대아파트를 둘러보며 “신혼부부에 아이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한 데 대해 야당은 “주거 사다리라는 희망을 걷어차며 국민에게만 무소유를 강요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통령 발언 취지와 맞지 않는 정치적인 정책 왜곡”이라고 반발하나, 본질을 호도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시대를 열겠다면서 “입주 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해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4번의 잘못된 부동산 대책 탓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을 정책 전환을 고심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은 내 집을 원하는데 자꾸 ‘소유하지 말고 거주만 하라’며 민간 공급을 막는 정책으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문 정부 들어 공공주택 공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전국 집값이 연일 사상 최고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42만9000가구를 공급했으나 돌아온 건 집값 안정 대신 ‘미친 상승’이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내 집 마련 욕구를 거스르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 세금 들여 공공임대주택의 품질을 올린다 해도 사람들은 공공임대보다 더 나은 주거를 꿈꾸기 마련이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발표한 ‘2019 주거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저렴한 임대료와 이사를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대다수(93.5%)가 살고 있는 임대주택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욕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10명 중 8명이 ‘내 집에서 살고 싶다’고 답해 아무리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돼도 민간 공급 없이는 집값을 잡을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과 장관이 경쟁하듯 공공임대주택 찬사를 늘어놓으며 민간 공급을 틀어막고 있으니 분노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공공임대주택이 좋다면 국민에게 권하기에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나 ‘영끌’로 강남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한 변창흠 장관 후보자부터 본인 소유 집을 팔고 임대주택살이를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나. 정부는 위선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