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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데이터 비즈니스, 돈 된다’ 연타석 창업홈런 친 과학영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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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동호 대표는 중소 사업자에게 캐시노트(아래 사진)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각종 빅데이터를 얻고, 새로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창출한다. 김성룡 기자

김동호 대표는 중소 사업자에게 캐시노트(아래 사진)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신 각종 빅데이터를 얻고, 새로운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창출한다. 김성룡 기자

2011년 7월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경진대회인 ‘마이크로소프트(MS) 이매진컵 월드 파이널’. 한국 대표로 출전한 20대 공대생은 물 부족에 시달리는 후진국 주민을 위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수원(水源)에 간단한 IT기기를 설치해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오염수라면 주변의 다른 안전한 수원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세계 각국의 IT 인재들과 교류하고 스티브 발머 당시 MS 대표, 데일리호텔 창업자인 신인식 대표 등을 만나며 창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24세에 모바일 ‘오픈서베이’ 대박 #29세에 매출관리 ‘캐시노트’ 창업 #무료 제공해주고 빅데이터 쌓아 #4년새 66만 곳 관리매출액 150조 #정부·지자체, 코로나 대책도 도와

그리고 9년 뒤 이 청년은 33세 나이에 벌써 두 번이나 창업에 성공한 스타트업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의 얘기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대 IT의 키워드가 모바일이었다면, 2020년대에는 데이터”라며 “잘 연결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교환학생 갔다 창업 결심

캐시노트 화면

캐시노트 화면

그가 창업을 결심한 건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도시인 새너제이로 교환학생을 갔었을 때다. 수업 시간에 교수가 창업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3분의 1 이상이 손을 들었다. 김 대표는 “동네 노점에서 물건을 판 것,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만든 것도 창업으로 생각하더라”라며 “창업이란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의 꿈과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1년의 12월, 24살의 나이에 그는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를 창업하며 성공 스토리의 첫 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당시 오픈서베이가 도입한 모바일 기반 설문조사는 푸시알림을 보내고 설문에 응한 회원들에게는 소액의 현금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자발적인 설문조사를 이끌어냈다. 지금은 낯설지 않은 방식이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시작되던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김 대표는 “며칠이 걸리던 기존 설문조사와 달리 오픈서베이는 전국 규모의 조사도 반나절 만에 끝낼 수 있었다”며 “데이터를 자동으로 취합·분석해내는 기술을 개발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상위권 설문조사 업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0명의 인력으로, 이들과 비슷한 수준이 연 14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냈다”라고 덧붙였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매출은 4년 만에 10배로 늘었고,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60억원을 투자받았다.

‘2011 이매진컵’ 한국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김동호(가운데) 대표와 팀원들.

‘2011 이매진컵’ 한국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김동호(가운데) 대표와 팀원들.

2016년 1월 그는 리서치 전문가인 황희영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오픈서베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리서치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해 4월 데이터 비즈니스 기업인 KCD를 창업했다. KCD가 제공하는 ‘캐시노트’는 중소사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다. 카카오톡 ‘친구 추가’만으로 사업자는 무료로 ▶월별 매출 결제 현황 ▶입금 예정 금액 조회 ▶계좌 통합 관리 ▶현금영수증 관리 등을 할 수 있다. 매출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가맹점은 현재 66만곳, 관리 매출액은 150조원에 이른다.

캐시노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KCD는 데이터를 받는다. 어느 시간대에 손님이 많이 오고, 어떤 손님이 자주 방문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더 세밀한 서비스를 원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종 업종 평균과의 비교, 상권 정보, 시계열 매출 분석 등을 통해 일종의 고객관리·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해주는 식이다. 이 유료화 서비스의 월 결제 유지율은 95%에 이른다.

“음식점 상권 반경 500m? 이젠 아니다”

더 넓게는 업종·지역별 매출 추이나 주요 상권의 수요 변화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예컨대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던 시기 매출 타격이 큰 읍·면·동과 세부 업종의 매출 감소 폭을 살펴볼 수 있다. KCD는 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매주 제공해 빠른 정책 대응을 돕기도 했다. KCD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금융회사·기업이 늘면서 몸값도 올라갔다. 현재 누적 투자액은 200억원을 넘었고, 파트너십을 제의하는 곳도 줄을 잇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등에서는 중소사업자의 정보를 수집해 금융회사·기업에 제공하는 데이터 비즈니스가 이미 고도화됐다”며 “한국은 그간 중소사업자의 매출·결제정보에 대한 플랫폼이 없었는데, KCD를 통해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통적인 상권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로 데이터 비즈니스의 고도화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반경 500m를 하나의 음식점 상권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배달 주문이 일반화하면서 그 범위가 몇 배는 넓어졌다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이 이뤄질수록 사업 기회와 위협을 더 일찍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데이터 3법’ 개정으로 데이터 유통시장이 활성화하고, 개인을 식별하는 데이터에 대한 안정성·보안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데이터 비즈니스’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전에는 경험 많은 사람들의 판단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경험이 적더라도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이것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호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로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창업에 매진하느라 11년간 대학생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산업기능요원으로서 펀드 평가 업체 와이즈에프엔에서 금융 공학을 적용해 펀드를 설계했고,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의 모바일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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