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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기업 진입 10년째 0, 성장판 닫힌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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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매년 글로벌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지난 10년간 새로 100대 기업에 진입한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올해 10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37개였다. 10년 전(28개)과 비교하면 9개가 늘었다. 아마존·페이스북·오라클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머크 등 바이오 기업이 100대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산업 생태계를 크게 넓히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의미다.

상의 ‘기업 신진대사 현황 국제비교’ #미국 9곳, 중국 11곳, 일본 5곳 늘 동안 #한국, 삼성전자 빼곤 글로벌로 못 커 #민간 GDP성장기여도 3.6→0.4%P #“규제에 발목, 신산업 전환 느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국제 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기업의 원활하지 못한 신진대사가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 100대 기업 순위는 매년 매출액·수익·자산·시가총액 등을 토대로 평가한 ‘종합 성적표’다.

글로벌 100대 기업 주요국별 변동 현황

글로벌 100대 기업 주요국별 변동 현황

중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제자리걸음은 더욱 뚜렷하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8개였다. 10년 전(7개)보다 11개 늘었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과 중국초상은행 등이 새로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일본 기업은 같은 기간 3개에서 8개로 증가했다. 소프트뱅크 등이 새로 100대 기업에 올랐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글로벌 100대 기업에 주목한 것은 기업 신진대사의 최상위에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중국·일본에서) 100대 기업 수가 증가했다는 건 민간 기업의 신진대사가 그만큼 원활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순위도 분석했다. 이 중 한국의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세 곳이 교체됐다. 10대 기업에 새로 들어온 곳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KB금융그룹이었다. 반면 10년 전 10대 기업에 속했던 GS·삼성생명·현대중공업은 10위 밖으로 밀렸다. 대한상의는 “(10대 기업에) 새로 진입한 곳은 기존 기업과 업종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이 느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10대 기업 중에선 일곱 곳이 교체됐다. 2010년 10대 기업 중 올해도 자리를 지킨 곳은 월마트·엑손모빌·AT&T의 세 곳에 그쳤다. 제너럴일렉트릭·포드·휼렛패커드 등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아마존·애플 등이 차지했다.

신산업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의 GDP 성장기여도는 0.4%포인트였다. 2011년(3.6%포인트)은 물론 2018년(2.1%포인트)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반면 지난해 정부 부문의 GDP 성장기여도는 1.6%포인트로 2018년(0.8%포인트)보다 크게 높아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개입을 많이 한 만큼 민간의 역할이 위축한 ‘구축 효과’가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의 부진한 신진대사로는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대변혁에 신속하게 적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산업 규제를 더욱 완화하고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팀장은 “신산업으로 무장한 신규 기업에 길을 터줘야 기업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은 비대면 산업과 디지털 기반 생산”이라고 지적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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