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마크 찍힌 에어백으로 만든 옷, 입을 수 있겠어?

중앙일보

입력 2020.1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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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강남구 비이커 청담점에서 만난 브랜드 ‘강혁’의 최강혁(왼쪽), 손상락 디자이너. 김경록 기자

서울 강남구 비이커 청담점에서 만난 브랜드 ‘강혁’의 최강혁(왼쪽), 손상락 디자이너. 김경록 기자

“이들의 독특한 스타일이 너무 좋다.”

듀오 디자이너 최강혁·손상락
처음엔 영국 폐차장서 공수·제작
세계 13개국 20개 편집숍에 입점
올해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우승
“한국 차 업체와도 협업하고 싶어”

지난해 5월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창립자 벤 고햄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로 ‘강혁(KANGHYUK)’을 꼽으면서 한 말이다. 브랜드 강혁이 올해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우승자로 선정됐다. SFDF 수상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는 편집숍 ‘비이커’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듀오 디자이너 최강혁·손상락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영국 런던 영국왕립예술학교(RCA) 동기다. 2016년 졸업작품전 직후 브랜드 강혁을 론칭한 최 디자이너가 다음 해 귀국한 뒤 손 디자이너와 의기투합, 브랜드 작업을 본격화했다. 자동차 에어백을 소재로 쓰는 개성 강한 작업 스타일에 해외 패션업계가 먼저 반응했다. 창의적인 패션 제품을 판매하기로 유명한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뉴욕·LA·긴자점을 포함해 ‘H.로렌조(미국)’ ‘레클레어(프랑스)’ ‘잉크(홍콩)’ 등 13개국 20여 개 유명 편집숍에 강혁 제품이 입점했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2018년 이들을 협업 파트너로 선정해 지금까지 ‘프리미어 모던’ 등 운동화 3개를 출시했다.

이들은 자동차 회사 로고와 바코드, 봉제실까지 에어백의 모든 요소를 옷에 담는다. 처음엔 영국의 켄트·버밍엄 등지의 폐차장에서 에어백을 공수했다. 직접 에어백 탱크를 잘라 원단을 꺼내고 이를 세탁·분해한 뒤 옷을 제작했다. 작업 물량이 많아지고 국내에선 폐에어백을 구할 방법이 없어 지금은 폐에어백 사용을 조금 줄이고, 전문업체에서 에어백을 만들기 바로 전 단계 원단을 받아 사용한다. 에어백 본연의 느낌을 살리려 폐에어백처럼 가공한다. 세계 패션업계 화두인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의미 있지만 이들이 에어백 원단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폐에어백으로 옷을 만들면 정말 예뻐요. 워싱을 해도 남는 더티 마크, 에어백에 찍힌 자동차 회사의 마크 등을 옷의 다양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아우디·벤츠 마크가 찍힌 옷을 재밌어하는 걸 보고 ‘한국 자동차 회사의 에어백으로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향후라도 한국 회사와 협업하면 좋겠어요.”(최강혁)

“디자인 자체는 절제된 느낌을 좋아하지만 너무 진지한 옷은 싫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봤을 때 예뻐야죠. 작업이 끝나고 가장 먼저 나누는 이야기도 ‘예뻐?’ ‘사서 입을 수 있겠어?’입니다. OK 사인이 났을 때만 상품화합니다.”(손상락)

이들은 패션쇼 대신 매장 내 설치물 전시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한다. 에어백 원단과 경첩을 이용해 거대한 기린 인형이나 새 등을 만드는데 한 달 이상 준비해야 한다. 이번 전시 주제는 ‘정육점’이다. “고기를 정련하고 분해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잘라 파는 방식이 강혁의 옷 컨셉트와 닮았다”고 생각해서란다.

강혁의 옷은 아이돌 탑, 크러쉬, 식케이 등은 물론 래퍼 에이셉 라키와 트래비 스캇,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등 국내외 스타들이 즐겨 입는다. 글로벌 패션 매체 하입비스트는 “한국 디자이너 옷이 힙합·스트리트 컬처 아이콘을 통해 이렇게 소개된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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