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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필리버스터도 첫 강제 종결…정의당 표결 불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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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의 강제종료 여부에 대한 표결이 선언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의 강제종료 여부에 대한 표결이 선언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13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강제 종결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2일 제출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은 이날 오후 8시 45분쯤 국회를 통과했다. 186명이 참석한 무기명 투표에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3인 180명)의 마지노선인 180표의 찬성표(반대 3표, 무효 3표)가 나왔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곧바로 국정원법 개정안 표결을 진행했고, 187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했다.

국정원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시켜 #정의당 “반대 표현할 권리 존중을” #주호영 “거여, 힘으로 야당 입 막아” #대북전단법 상정, 다시 필리버스터

민주당 173석(구속기소된 정정순 의원 제외) 외에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 종결에 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반대의견 또는 소수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반대 당론의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무력화의 명분을 코로나19 사태에서 찾았다. 13일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상황에 대한 책임 문제를 거론하면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우리의 방역 성패가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가 소모적인 무제한 토론만 이어간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당초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 충분한 반대 토론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논리를 갖춘 반대 토론을 하기보다는 주제와는 무관한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무제한 토론이 아니라 무제한 국력 낭비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을 신설되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로 이관하되 그 시기를 3년 유예하도록 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는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 등을 삭제하고 ▶국외·북한 정보 ▶방첩(산업경제정보 유출, 해외연계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침해 등 포함), 대테러, 국제범죄조직 정보 ▶내란·외환죄 정보 ▶사이버 안보와 위성자산 정보 등으로 재규정했다.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야당에 주어진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인데 민주당은 180석의 힘으로 그 입조차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정원법 필리버스터는 지난 10일 오후 3시15분 이후 약 60시간(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정회된 시간 제외) 동안 진행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2시간48분으로 역대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12시간 31분)을 깨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원법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결된 이후 다시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를 규정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오후 9시쯤 다시 강제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인 14일 오후 9시에 강제 종결 찬반을 묻는 표결이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선 주영국 북한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의원님들,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안 했다면 이런 법을 만들 생각을 했겠나”라며 “이게 지금 무슨 꼴인가. 국회가 김여정을 따라 법을 만들다니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대북전단금지법이 아니라 북한으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가치와 자유·평등·민주 정신이 들어가는 걸 막고 김정은과 손잡고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노예의 처지에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심새롬·정진우·윤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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