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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죄고 또 죈다…내일부터 1억 넘는 신용대출 금지 은행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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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막판 가계 대출 죄기에 나서면서 일부 은행에선 당장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지난달 폭증했던 가계대출이 이달 초 외려 감소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대출 규제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1억 넘는 신용대출 금지'…전방위 조이는 은행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고객이 신규 신청하거나 한도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이 기존 신용대출에 더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집단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은행은 아울러 이날부터 다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타행 대환 주택담보대출'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타행 계정으로 잡힌 대출금을 국민은행 계정으로 끌고 와 대출 총량을 늘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일제히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각 직군별로 2억5000만∼3억원이었다. 이를 2억원으로 일괄 조정하면서 상품별로 최대 1억원의 한도 감액 효과를 내게 됐다. 신한은행은 내주 중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이었던 '우리WON하는 직장인 대출'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농협은행도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해당 상품 우대금리를 없앴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전문직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량 관리"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 "내년에도 규제"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은행들이 이렇게 가계대출을 조이는 배경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정책과 압박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 규제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곧장 시중은행에 신용대출 가(假)수요가 몰렸고,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에만 9조원 넘게 급증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4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대상으로 부원장보 주재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회의를 열고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며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가계 대출 증가액 월 평균 2조원대 유지)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따로 지목해 강하게 질책하기까지 했다.

5대 은행 10~12월 가계대출 증가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대 은행 10~12월 가계대출 증가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자 지난달 사상 최대폭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은 최근 급격하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133조5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원)보다 1235억원(0.09%)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70조4238억원에서 469조9292억원으로 4946억원(0.11%) 감소했다.

5대 은행 10~12월 가계대출 증가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5대 은행 10~12월 가계대출 증가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시중은행의 대출 죄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규제 방안은 거의 다 시행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당국에선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까지 내줄 필요가 있냐'며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이라, 일단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지켜본 뒤 추후 건별 신용대출에 대한 만기 축소나 일시상환 대출의 분할상환 전환 같은 새로운 방안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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