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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기쁨 수고 비례 법칙’ 통하는 장작 난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69)

좋은 관계, 나쁜 관계, 무덤덤한 관계, 존경하는 관계, 사랑하는 관계 등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종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기하고 복잡하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간의 관계이다 보니 그 관계 또한 일관되지 못하고 늘 변화한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좋다가 나빠질 때도 있고 나쁘다가 좋아지기도 한다. 최선의 상황은 좋은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겠고 최악의 상황은 좋은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겠다. 그 중간쯤에 좋았던 관계가 나빠지고 나빴던 관계가 다시 좋아지는 복원의 관계일 것이나 이 또한 희귀한 일이고 설사 복원되더라도 예전과 같지 못함을 우리는 잘 안다. 좋을 때는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나빠질 때가 문제다. 왜 관계가 나빠지는가? 질투, 시기, 악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본질은 불신이다. 믿지 못하고 믿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마음이 시기도 만들고 악의도 만들고 질투도 만드는 것일 테다.

이 세상에 늘 좋은 관계란 없다. 경제적 관계이든 사회적 관계이든 가족관계이든 남녀관계이든 늘 애증이 함께 존재한다. 어떤 계기로 그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한다. 그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정석은 없다. 선의, 호연지기, 역사의식이 도움될 수도 있겠으나 이 또한 상대적이라 느낀다. 그보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지 않겠나 싶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그 위기를 회피하려 애쓰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 지혜의 원천은 언제나 어디서나 바로 긍정의 마음이다. 어떤 이에게서 그 극대치를 보곤 한다. 그 사람은 복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쑥 드는 것은 왜일까?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벼슬을 해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냐?”
공멸이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이 많아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하고, 두 번째는 녹봉이 적어 부모님과 친척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세 번째는 시간이 없어 친구를 잃었습니다.”

공자는 공멸과 같은 벼슬을 하고 있는 복자천에게 똑같이 물었다. 복자천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얻은 것이 세 가지나 됩니다. 첫 번째는 책으로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어서 날마다 학문이 늘고, 두 번째는 녹봉이 적어 근검절약을 배우게 되니 모은 돈으로 부모님과 친척들을 도와 예전보다 사이가 더욱 좋아졌으며, 세 번째는 공무가 많은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고 있습니다.”
공자가 기뻐하며 화답했다.
“그대야말로 진정한 군자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똑같은 반 잔의 물을 보고도 ‘반밖에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물을 마셔도 여전히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반이나 있다’며 같은 양의 물을 마시고도 시원함을 느낀다. 생각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불이라고 다 같은 불이 아니다. 온기라 하여 다 같은 온기도 아니다. 세월을 좀 겪어본 사람은 이걸 안다. 추운 겨울을 덥히는 방법은 여럿 있다는 것을. 보일러를 때기도 하고, 온풍기를 틀기도 하고, 전열 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엇도 장작 난로에 비할 바는 아니다. 따뜻함에도 품격이 있다는 말이다. 보일러의 온기가 은은하기는 하지만, 기다림이 길고 온풍기의 바람이 신속하기는 하지만 메마르고 건조하다. 전열기의 그것은 즉각적이기는 하지만 따갑고 쌀쌀하다.

그에 비해 장작 난로는 어떠한가? 은은하며 촉촉하고, 부드럽고 자애롭다. 오래 참고 오래가고 사념을 없애준다. 겨울의 꽃이요, 열과 빛 그 이상의 무엇이다. 그러나 장작 난로의 온기를 느끼기까지의 과정은 참 불편하고 번거롭고 수고스럽다. 나무를 준비하고 운반해야 하며, 불을 피우고 재를 버려야 한다. 불문을 조절하고, 나무를 계속 넣어줘야 한다. 참 쉽지 않은 과정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은 다 수고스러운 것이라고. 수고가 있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법칙 하나를 또 만들어본다. ‘행복총량불변의 법칙’에 이은 나만의 법칙이다. ‘기쁨 수고 비례 법칙’! 모든 기쁨은 수고의 제곱에 비례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수고 없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 수고가 크면 클수록 기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 싸구려 가마솥 하나에, 잊혔던 블루투스 스피커와 마이크 하나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에 기뻐지는 세상. 그러니 세상은 얼마나 공평한가?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사진 권대욱]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사진 권대욱]

유쾌한 아주머니 일꾼들과 함께 산막 단장을 한다. 오일스테인, 페인팅, 나무라고 생긴 것은 모조리 그 대상이다. 겨울 채비 또한 빠질 수 없다. 오늘도 정 박사가 수고한다. 보온재 감고 테이프 감기, 부동액 보충, 보일러 헌 이불 덮기, 열선 전원 체크 등등. 그동안 나는 뭘 하냐고 묻는다면, 다른 사람이 절대 못 하는 몇 가지를 한다 말하겠다. 2층 보충 탱크 부동액 주입하기(나처럼 키 작고 날씬하지 않으면 절대 못 한다), 아름다운 노동의 하루 기록하기(이것 역시 아무나 못 한다. 엄청 부지런해야 한다), 적절한 음악 틀기(분위기와 작업 강도, 시간대별로 적절히 조정한다. 매우 숙련된 기술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 때로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이분들의 수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거야말로 나 아니면 절대 못 하는 일)이다.

항상 바라건대 나의 보상이 그분들의 기대만큼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잘 못 하지만 하고 싶은 것! 바로 조르바처럼 일하기다. “인부를 지휘하는 일은 조르바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일은 포도주가 되고 여자가 되고 노래가 되어 인부들을 취하게 했다.”

아, 나는 언제나 저 경지가 되려나 모르겠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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