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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지옥 없다""밤낮 없이 전화" 재택근무 엇갈린 속내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시내 한 도시락 가게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한 도시락을 포장해가고 있다. 뉴스1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9일 서울시내 한 도시락 가게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한 도시락을 포장해가고 있다. 뉴스1

인천광역시의 한 관광업체에 근무하는 최모(28)씨는 지난주 부서원들과 ‘점심 회식’을 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영업이 중단되자 바뀐 모습이다. 통상 업무가 끝난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회식이 이어지던 것과 달리 이날은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술 없는 식사를 했다. 최씨는 “처음으로 회식 때 음식이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걸 먹고 끝나서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긍정적' 

직장인 홍모(30)씨는 요즘 “국가가 나를 제어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직장에 출근하는 대신 재택을 하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그는 “출퇴근 시간이 줄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저녁 약속이 많았지만, 오후 9시 이후 강제 귀가를 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바뀐 근무 환경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19일 직장인 19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장 생활 변화’를 조사한 결과 66.5%가 ‘긍정적인 변화’라고 인식했다. 그 이유로는 ▶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54.8%, 복수응답) ▶감정 소모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서(45.6%) ▶신체적 건강 관리에 도움이 돼서(22.5%) ▶업무 성과와 효율성이 향상돼서(22%) 순이었다.

재택 하자 밤낮없이 전화 “차라리 회사 가겠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택이 아닌 현장 근무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연구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김모(28)씨는 “집에서 일하게 되면 내선 전화가 아닌 개인 전화를 써야 한다. 상사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일을 지시한다”며 “재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무조건 현장 근무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에 근무하는 김모(27)씨도 지난달부터 재택을 하고 있지만, 다시 회사 출근을 선호하게 됐다. 재택을 시작하자 “모두 대기하고 있으라”며 강제 야근을 시키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간 외 수당을 신청할 수도 없어서 그냥 현장 근무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입사원 “같이 근무하는 사람 얼굴도 몰라”

지난달 23일 점심시간 직장인 등이 점심을 위해 서울 명동거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점심시간 직장인 등이 점심을 위해 서울 명동거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비대면 업무 기조 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 이들도 있었다. 대면 업무가 꼭 필요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나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간 신입사원들이 그렇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박모(29)씨는 예년보다 실적이 떨어졌다고 했다. 세입자들이 집을 보여줘야 손님한테 소개가 가능한데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내부 공개를 꺼리고 있어서다. 박씨는 “날짜를 하루만 딱 잡아서 보여주는 세입자들도 꽤 있어 일하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물류회사에 입사한 김모(26)씨는 비대면 업무로 인해 회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우리 팀을 제외하면 당장 같이 일을 하는 옆 팀이나 같은 층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도 모른다. 연말이라 인사가 난다는데 회식도 없어져서 풍문 같은 것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사 초기라 법인카드 신청이나 자원 신청 등 물어볼 게 많지만 도움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비대면 알바채용 바로면접알바콜이 지난달 직장인 7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택근무 만족도’ 조사 결과 22.5%는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직장인들은 ▶업무효율 저하(24.1%) ▶근무환경이 미비함(20.7%) ▶업무 시간 외 지시가 늘어남·정규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음(각 12.1%)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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