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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조두순…안산 주민들 "벗겨라""얼굴 알아야 피하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두순은 12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한 뒤 한 시간여 만인 오전 7시 50분쯤 경기도 안산시 안산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그는 카키색 롱 패딩에 눌러쓴 모자 사이로 흰머리가 가득했다. 아동 성폭행죄로 12년간 복역한 뒤 다시 안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탓에 이날 조두순의 온전한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은 그대로 노출됐다.

조두순은 12일 안산 보호관찰소 앞에서 취재진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느냐”고 묻자 뒷짐을 진 채로 90도로 허리를 2번 숙였다.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영상 연합뉴스TV

조두순은 12일 안산 보호관찰소 앞에서 취재진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느냐”고 묻자 뒷짐을 진 채로 90도로 허리를 2번 숙였다.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다. 영상 연합뉴스TV

조두순, "반성하며 살겠다" 

조두순은 안산 보호관찰소 앞에 늘어선 취재진이 "범행을 반성하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1시간 뒤 밖으로 나온 조두순은 여전히 입은 열지 않았지만 귀가 차량에 오르기 직전에 뒷짐을 진 채로 90도로 고개를 두 번 숙였다. 조두순 전담 보호 관찰관은 "조두순이 이동하면서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고 고개를 숙였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 의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지만 2차 가해가 되기 때문에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에 안산 시민들은 분노와 불안을 동시에 표출했다. 조두순이 보호관찰 절차를 안내받는 동안 보호관찰소앞엔 50여명의 시민과 유튜버,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다. 조두순이 거주할 집 앞에도 주민과 취재진 등 2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차량 이동이 통제되기도 했다. 조두순의 보호 관찰관은 "조두순이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 분위기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탑승한 관용차량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오던 중 차량을 막아선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에 의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탑승한 관용차량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오던 중 차량을 막아선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에 의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조두순을 태운 법무부 관용차량이 모습을 드러낸 곳마다 주변에선 욕설과 고함이 쏟아졌다. 서울남부구치소 앞에서는 차량에 계란을 던진 시민도 있었다. 안산시 주민들은 조두순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자 "죽일 X. 마스크를 벗겨서 얼굴을 공개하라"고 소리쳤다. 일부는 "안산을 떠나라"고 외쳤다. 조두순 집 근처에 산다는 70대 주민 A씨는 "조두순 얼굴을 보려고 오전 4시부터 기다렸다"며 "동네 분위기도 흉흉한데 (조두순의) 얼굴을 알아야 마주치면 조심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튜버 시위대, 전날부터 집 앞에서 대기  

조두순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엔 유튜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일부 유튜버들은 전날 오후부터 조두순의 집 앞에서 대기했다. 이들 중에는 조두순을 사적으로 응징하겠다고 예고했던 이들도 포함됐다. 경찰이 만약을 대비해 보호관찰소와 조두순 집 인근에 경찰 280여명을 분산 배치해 충돌을 막았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는 구치소와 보호관찰소 앞에서 조두순이 탄 차량을 막고 이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두순이 이용한 관용차량의 앞 유리 일부가 깨지고 우측 뒷좌석 문 쪽이 움푹 패이기도 했다. 안산 보호관찰소 앞 도로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관용차량의 지붕 위로 올라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12일 오전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앞에서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12일 오전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앞에서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순의 집 앞에서는 일부 시민이 경찰의 제지에도 폴리스라인을 넘으려다 제지당했다. 일부는 조두순이 거주할 건물 안에 미리 들어가 기다리다가 경찰들에게 끌려 나오기도 했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조두순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자", "사형시켜라", "추방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또 일부는 "왜 범죄자에게 보호 관찰관과 관용차까지 제공해서 보호하느냐?"고 외쳤다.

경찰에 따르면 12일 10시 기준 조두순의 출소를 방해해 입건된 시민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격한 항의를 한 시민들에게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조두순 전담 보호 관찰관은 "조두순 개인이 아닌 불필요한 마찰 등 공공의 안전을 예방하기 위해 관용차 등을 제공했다"며 "조두순을 철저하게 감시해 재범 등 안전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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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발찌 찬 조두순 1대1 밀착감시 

조두순은 이날부터 전자발찌를 차고 집에 설치된 재택 감독 장치를 통해 전담 보호 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는다. 법원은 조만간 조두순에게 일정량 이상의 음주 금지, 심야 시간대 외출 제한 등 특별 준수 사항을 부과할 전망이다. 경찰은 조두순과 아내의 거주지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방범 초소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한다. 조두순 주거지 인근에 방범용 CCTV도 15대 추가 설치했다. 안산시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조두순 거주지 주변 30곳의 야간 조명 밝기를 높이고, 신규 채용한 무도 실무관 등 12명을 24시간 순찰조로 투입할 계획이다.

안산=최모란·편광현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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