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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히말라야 아랫마을에서 연 날리던 맨발 아이

중앙일보

입력

네팔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 이 나라의 수도는 카트만두입니다. 카트만두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지만, 계곡 이름이기도 합니다. 25㎞ 길이의 카트만두 계곡 안에 중세 도시 세 개가 숨어 있습니다. 카트만두, 파탄 그리고 박타푸르. 세 도시의 일곱 개 유적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해발 1401m에 들어선 박타푸르(Bhaktapur)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입니다. 건물은 물론이고 길바닥도 붉은색이어서 분위기가 사뭇 신비롭습니다. 사진은 박타푸르의 대표 명소 더르바르(Durbar) 광장입니다. 더르바르는 ‘왕궁’이라는 뜻입니다. 왕궁과 불교·힌두교·라마교 사원이 어울려(또는 뒤섞여) 있습니다. 광장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그러나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유산이 아니었습니다. 중세 마을에 사는 현대 네팔인의 일상이었습니다.

사원 계단에는 개가 누워 낮잠을 자고, 왕궁 처마 아래에선 아낙네가 바느질을 하고, 광장에선 아이들이 공 차며 노는 풍경. 나른한 오후 같은 장면이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에서 펼쳐졌습니다. 낡은 사원 사이에서 연 날리는 소년을 지켜봤습니다. 맨발이었고, 얼굴에 콧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때 묻지 않은 녀석에서 순전한 히말라야를 본 것도 같았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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