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두순 출소, 시민들의 이유있는 분노

중앙선데이

입력 2020.12.1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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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호 30면

아동 성폭력 흉악범 조두순이 오늘 교도소에서 풀려난다. 12년 형을 선고 받고 세상과 격리됐던 조두순은 이제 다시 아이들 곁을 배회하게 됐다. 그의 의지에 따라 원래 살던 경기도 안산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동네엔 불안과 혼란이 최고조다. ‘조두순을 못 오게 해달라’는 항의가 청와대와 안산시에 쏟아졌다.

아동 성폭력범 출소에 떠는 안산 주민들
입법·사법·행정부 무능에 12년 허송
추가 범죄 막을 촘촘한 대비 이뤄져야

안산시와 관련 당국은 조두순의 귀환을 앞두고 각종 보완책을 발표했다. 안산시는 조두순 거주지 주변에 방범 CCTV 수십대를 추가 설치한다. 특전사 요원, 태권도 선수 출신 등 무도실무관 여섯 명을 포함한 12명의 청원경찰이 순찰활동에 나선다.

전자발찌를 찬 조두순은 1대 1 보호관찰 대상으로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법도 바꿨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등 발의)이 대표적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외출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종 방지책이 쏟아지는데도 시민들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중앙일보 기자를 만난 주민들은 “불안해서 못 살겠다. 보증금을 못 받더라도 일단 이사부터 가려고 한다” “지역 특성상 어린이나 학생이 많이 산다. 불안하다 보니 이사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불신과 분노는 ‘사적 처벌’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이종격투기 선수 명현만은 조두순을 찾아가 응징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조두순 집 근처에선 60대 남성이 “내가 그 XX를 죽여버릴 거다”라고 고함치는 일도 벌어졌다. 자칫 격투기 선수와 무도 청원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날 판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엔 사법·행정·입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 조두순은 2008년 등교하던 여덟 살 초등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목을 조른 뒤 몹쓸 짓을 해 전치 8주의 상처를 입혔다. 범행 이전에도 사람을 죽이고 강간을 저지르는 등 전과 17범인 그에게 법원은 고작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는 게 감경 사유였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선고된 징역 40년과 비교하면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다. 피해자가 미성년을 갓 벗어난 시점에 조두순이 돌아오도록 한 셈이다. 결국 가해자는 원하는 집에서 살고 피해자가 그를 피해 다른 동네로 떠나야 했다. 조두순의 낮은 형량이 확정되는 데는 검찰도 한몫했다. 1심 판결 뒤 조두순조차 항소를 했는데 검사가 항소를 하지 않는 바람에 상급심 재판부가 더 무거운 벌을 내리지 못했다.

무대책으로 12년을 허송한 데에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사건 직후만 해도 아동 성범죄를 발본색원할 듯 목소리를 높이더니 출소가 임박해서야 각종 법안을 쥐고 호들갑을 떨었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 법원 판단을 거쳐 최대 10년 동안 보호시설에 수용하는 ‘보호수용법’의 경우 과잉 입법 논란이 불거지는 등 설익은 법안들로 어지럽다. 마치 개학을 사흘 앞두고 허겁지겁 방학 숙제를 몰아서 하는 초등학생을 보는 듯하다. 그런 날림 처방으로는 ‘어린 희생자’를 노리는 조두순을 막지 못한다. 조두순이 어린이집 5곳 인근에 살게 됐다는 점에서도 당국의 무기력이 느껴진다.

피해자의 심리치료를 맡아 사건을 분석했던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는 “조두순은 폭력성과 재범 위험도가 높은 ‘익스트림 그룹’의 성범죄자”라고 경고했다. 조두순이 교도소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동료 재소자의 증언도 나온 터여서 잠시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촘촘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조두순은 극악한 아동 성폭력 범죄의 상징이다. 그런 조두순이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건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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