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독불장군식 탈피, 동맹과 손잡고 중국 봉쇄 나선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5호 14면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오른쪽)를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오른쪽)를 소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제사회에 내놓은 일성은 “미국이 돌아왔다”였다.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폐기와 함께 미국의 독불장군식 외교도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대외정책 중 드물게 트럼프 때의 기조를 잇는 분야도 있다. 바로 ‘대중국 정책’이다.

바이든 시대 대중 정책 #트럼프 대외 전략 유일하게 계승 #USTR 대표에 대만계 이민자 지명 #NSC 내 ‘아시아 차르’ 신설 검토 #대중 관세 유지해 무역전쟁 지속 #인권·홍콩·대만 문제도 계속 제기

캐서린 타이

캐서린 타이

바이든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 견제를 위해 강력한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점이라면 ‘동맹주의’를 앞세워 공동 전선의 구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중국에 맞섰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인권·자유 등의 가치를 앞세워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한다는 전략이다. 10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을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한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타이 지명자는 대만 출신 이민자 부모를 둔 대중 강경파다. USTR에서 변호사로 일할 때 중국 관련 제소를 맡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관련 분쟁 등에서 다른 나라들을 규합해 중국에 맞서기도 했다. 중국을 다자주의 방식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이든 당선인과 의견이 일치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아시아 업무를 총괄하는 ‘아시아 차르’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에 미국의 글로벌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 간 갈등 이슈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중국 팽창 억제 위한 봉쇄 정책=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우리의 동맹 또는 한때 동맹이었던 모든 국가와 협력하는 게 최고의 대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아 사면초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호주·인도는 물론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적극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도 스프래틀리 군도 등 여러 곳에서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맞서는 나라들을 지원하기 위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카슈미르 지역 등에서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까지 적극 참여시켜 역내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억제하는 전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인도계여서 미국·인도 협력이 어떻게 강화될지도 또 다른 관심사다.

②미·중 무역 전쟁=바이든 정부는 일단 미·중 양국이 지난 1월 합의한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해 재평가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처럼 고율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미 부과된 관세를 자발적으로 낮추진 않을 것이다. 효과적인 레버리지로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세 인하를 하더라도 품목은 미국인들의 생필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 내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중국의 막대한 대미 흑자에 대한 압박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맞서 중국은 관세와 수입 물량에 대해 바이든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USTR 대표로 대중 강경파인 캐서린 타이를 지명한 것은 중국을 계속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신호”라고 분석했다.

③인권 문제=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홍콩·티베트·신장지구 등에서의 인권 탄압 문제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도 수차례 부각돼 왔다. 미 정부도 자체적으로 홍콩 인권법과 위구르 인권법 등을 제정해 베이징에 압력을 가했다.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당선인도 이런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특히 올해 크게 이슈가 됐던 홍콩 보안법과 관련해 미 정부는 이미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함께 이런 전략을 더욱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문제도 미·중 간 첨예한 갈등 요소 중 하나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만 지원책은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좀 더 신중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만 정부에 무기 판매를 지속하겠지만 중국의 반발도 신경 쓸 것이란 얘기다. 대만 인근에서의 군사작전을 줄일 수도 있다.

④중국 기업·기술 규제=미·중 경쟁이 양국 산업의 전면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연결될 것 같진 않다. 협력을 통해 얻는 미국의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분야에서의 중국 압박은 선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으로 중국 IT 기업에 대한 규제는 트럼프 정부에 비해 다소 느슨해질 수 있다. 틱톡·위챗 등 중국 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부분적으로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화웨이의 경우는 다르다. 관련 업계에선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수출 규제가 완화될 수는 있지만 화웨이의 5G 통신망 사업 규제는 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통신망과 관련해 도·감청 우려가 여전하고 미 정부도 이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집권에 대해 중국 내에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바이든 시대는)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SCMP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제동이 걸렸다”며 “바이든 정부와도 대립하겠지만 그 강도는 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국 갈등과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