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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영화제 휩쓸었지만 '미투' 오명…"코로나 사망" 김기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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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기덕. 연합뉴스

영화감독 김기덕. 연합뉴스

발트3국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합병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보도된 김기덕(60) 영화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칸·베네치아·베를린)에서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초등학교) 졸업 후 농업학교에 진학했다. 15살 때부터 구로공단, 청계천 일대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다. 20살 해병대에 지원해 부사관으로 임관했고 5년간 복무했다. 제대 후에는 총회신학대학교에 입학했다.

김 감독은 30세가 되던 해 그동안 모은 돈을 갖고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에서 3년 동안 거주한 그는 영화 '양들의 침묵'과 '퐁네프의 연인들'을 본 뒤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다.

1993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영화진흥공사의 시나리오 공모 광고를 보고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교육원의 과정을 마친 뒤 1995년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1996년 저예산 영화 '악어'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섬', '해안선',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아리랑', '피에타' 등을 연출했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같은해 '빈집'으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011년 '아리랑'으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고 2012년엔 '피에타'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의 이력은 성추문과 폭행 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한 여배우는 김 감독을 고소했다.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뺨을 맞았고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베드신을 강요당했다면서다. 재판부는 김 감독의 폭력 건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명령을 내렸다. 강제추행치상에서는 검찰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2018년 '미투' 논란에 휩싸인 그는 국내 활동을 중단한 뒤 줄곧 해외에 머물렀다. 당시 MBC의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다.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PD수첩 방송을 금지해 달라는 김 감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제기한 무고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 지난 11월 항소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김 감독이 이날 오전 라트비아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악화해 숨졌다고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을 갖고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달 5일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고 동료들은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끝에 김 감독이 코로나19 증상으로 현지 모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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