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억명 'SNS제국 페북' 진짜 쪼개지나···"16년만의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0.12.11 16:30

업데이트 2020.12.11 16:44

월간 사용자(MAU) 10억 이상 SNS.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월간 사용자(MAU) 10억 이상 SNS.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페이스북(27억명), 인스타그램(10억명), 왓츠앱(20억명)의 월간 사용자(MAU)를 더하면 57억명이다. 전 세계 인구는 2019년 말 기준 77억명. 보수적으로 잡아도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페이스북 산하 플랫폼을 쓴다. 이들 셋을 제외하곤 MAU 10억명 이상인 SNS는 유튜브(구글)가 유일하다. 페이스북이 인터넷 담화(discourse)를 지배하는 소셜네트워크(SNS) 제국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 제국이 위기에 빠졌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으로 이어지는 삼각 기둥이 무너지게 생겼다.
9일(현지시각)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및 2개 특별 구(워싱턴D.C·미국령 괌)가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페이스북을 독점 혐의로 제소했다. 페이스북이 수년 전 인수했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페이스북으로부터 떼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창업 후 16년 만에 맞이한 최대 위기"라고 했다.

M&A로 탄생한 페이스북 제국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 인스타그램 인수는 구글의 유튜브 인수(2006년)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로 꼽힌다. 왓츠앱은 성장 정체에 빠진 페이스북에 개도국 시장을 열어줄 열쇠다.

①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2010년 10월 출시된 사진 공유 SNS. 2012년 페이스북은 직원 13명에, 이제 갓 창업 16개월에 접어든 스타트업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1조 1200억원)에 샀다. 당시 인스타그램 가입자는 3000만 명, 매출도 없었다. '거품' 논란이 일었다. 인스타그램 인수를 검토한 구글과 트위터 때문에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될성부른 떡잎이 맞았다. 월 사용자 10억명에 기업가치 1000억 달러(2018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유닛). 이젠 '싼 값에 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전체 기업가치(8000억 달러)의 4분의 1까지 성장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이스북 앱과 인스타그램 앱은 뒷단에서 완벽하게 연결돼 있다. 사용자 데이터·메시지·광고·전자상거래(페이스북 샵스) 등이 모두 공유된다. 반독점 행위로 지적받는 지점이다.

② 왓츠앱
무료 문자·통화(VoIP) 서비스인 왓츠앱은 페이스북의 M&A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페이스북은 2014년 10월 220억 달러(23조 5000억원)에 왓츠앱을 인수했다. 2013년 구글의 제안(10억 달러)보다 20배 이상 더 주고 샀다. 당시 4억 5000만명이던 왓츠앱 사용자는 올해 20억명을 넘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쓰는 SNS에 올랐다.

페이스북은 2016년부터 왓츠앱 사용자 데이터를 페이스북에 연결했다. 특히, 왓츠앱은 인도 시장 공략에 핵심 무기다. 이미 왓츠앱 인도 사용자는 4억명을 넘어섰다. 포브스는 "왓츠앱은 향후 인도·브라질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에서 지배적인 결제·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은 중국의 '위챗'처럼 왓츠앱을 결제·상거래를 포괄하는 슈퍼 앱으로 키울 계획이다. 왓츠앱 최고운영책임자(COO) 멧 이데마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상점(storefront)이라면, 왓츠앱은 금전등록기(cash register)"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SNS 앱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SNS 앱 순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보 통합 않겠다더니…" 페이스북의 변심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는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두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페이스북이 사용자정보를 수집하거나 통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두 앱의 사용자가 급증하자 전략을 바꿨다. 인스타그램에 페이스북의 광고 모델을 적용하고, 왓츠앱의 약관을 개정해(2016년 8월) 페이스북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유했다.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7년 "인수 당시 개인데이터 공유 계획이 포함되지 않아 합병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며 1억 2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스타그램·왓츠앱 공동창립자들도 2017년~2018년 페이스북을 떠났다.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공동 창업자는 "페이스북이 유럽연합 규제를 피해 왓츠앱을 인수하는데 (자신이) 철저히 이용당했다"며 분노했다. 인스타그램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도 저커버그의 운영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2018년 사직했다. 다음 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앱과 인스타그램·왓츠앱 통합계획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를 통해 다시 독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월말 열린 청문회에선 저커버그 CEO가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언급한 이메일이 폭로됐다. 지난 10월 공개된 반독점소위 보고서는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를 부당한 M&A로 적시했다. 이후 FTC는 "페이스북의 과거 인수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더니, 실제 지난 9일 제소했다.

테크 기업의 주요 인수합병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테크 기업의 주요 인수합병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빅테크 '사거나 묻어버리거나' 전략도 빨간불

미국 규제당국은 최근까지 특정 시장 독과점이나 적대적 M&A가 아니면, 테크기업의 M&A를 대체로 승인했다. M&A는 기술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고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중요 발판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링크드인' 인수(262억 달러, 2016년), 아마존의 게임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인수(9억 7000만 달러, 2014년), 구글의 인공지능 업체 '딥마인드' 인수(6억 달러, 2014년)가 그랬다. 이달 초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가 업무용 협업도구 슬랙을 인수(277억 달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대한 분할 소송으로 테크 기업의 M&A 성장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FTC는 페이스북의 M&A를 "사거나 묻어 버리거나(Buy or bury)"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위협이 될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M&A를 활용했단 비판이다. 소송을 낸 주 정부들은 "페이스북이 1000만 달러(110억원) 이상 기업을 인수하려면 주 정부에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요구를 소장에 포함했다.

팀 우 콜롬비아 로스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피인수 기업이 대형 IT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수평적 경쟁자'가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인 경우가 있다"며 "인수를 통해 경쟁의 싹을 자르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구글 맵(지도)의 경쟁자가 될 법한 웨이즈(Waze)를 인수(13억 달러, 2013년)하고, 아마존이 온라인 신발쇼핑몰 자포스를 인수(12억 달러, 2009년)한 사례도 지나고 보니 반(反) 경쟁적 M&A였다는 지적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에서 대형 IT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이 새로운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도 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 기조가 있는 만큼, 기술기업은 인수합병이나 독과점 이슈에서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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