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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사망자 34% 늘었는데…"펜데믹 끝" 외친 브라질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번엔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가고 있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코로나19를 ‘사소한 감기’라고 평가절하하고,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스스로 확진자가 되는 등 돌출 언행을 이어가다 또 사고를 친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잇따른 코로나 기행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만나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1월 29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만나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남부 히우 그란지 두 술주 포르투 알레그리시에서 열린 행사 연설을 통해 “우리는 팬데믹의 끝에 와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세계 다른 나라 정부와 비교해 팬데믹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하는 정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혼란이 아니라 안정을 주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사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역경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난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문제는 발언 시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증가 지역이 늘고 있다는 언론 보도 하루 만에 나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브라질 유력 6개 매체가 참여하는 언론 컨소시엄은 전날 전국 27개 주 가운데 22개 주에서 사망자가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언론 컨소시엄 집계를 보면 전날까지 최근 1주일 동안 신규 확진자는 하루 평균 4만1926명으로, 이전 1주일간보다 33% 늘었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643명으로 34% 증가했다.

그런데도 그는 브라질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백신 접종 시작 시점을 놓고 계속 말을 바꿔와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이한 언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월 TV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사소한 독감(little flu)’이라고 표현한 뒤 언론이 공포를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거부하다 7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나선 기자회견 중에 기자들에게서 몇 발 물러선 뒤 마스크를 벗으며 몸 상태가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상파울루에서 병실 부족이 시작되던 지난 11월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지자들과 포옹하며 사진을 찍는가 하면,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말라리아약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료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11일 현재 브라질은 누적 확진자 순위에서 678만3543명으로,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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