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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등어 조림, 국물까지 다 먹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병욱의 우리 식재료 이야기(11)

가을바람이 점점 코끝을 찌르는 이맘때면 제주 어느 시장에서나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 고등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가을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나다. ‘바다의 보리’라고도 불릴 만큼 영양가가 높고 값이 싸 서민에게 더욱 친근한 생선이다. 고등어는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 먹어 온 생선 중 하나이자 실제로 좋아하는 생선 1위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고등어는 전 세계 아열대 및 온대 해역으로 연안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대륙 해역에 분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주도 남방에 무리 지어 살고 있으며, 봄에 산란을 한 후 여름에는 동해와 서해로 갈라져 성장한 후 가을이 되면 제주도 근해로 돌아와 겨울을 보내는 ‘회유성’ 물고기다. 또한 고등어는 오징어와 같이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주로 밤에 조업을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고등어와 오징어의 조업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오징어는 다른 생물에 비해 바다 위쪽에 떠 이동하기 때문에 흔히 오징어잡이 배는 배 위쪽에 밝은 등을 밝혀 오징어를 유인하여 조업한다. 하지만 고등어 같은 경우는 수심 30~60m의 깊은 바다에서 떼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배 위쪽과 함께 수중등을 바다 밑으로 넣어 고등어를 유인한 뒤 조업을 한다.

제주 고등어. 고등어를 고를 때는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고 등 쪽이 푸른빛이 날수록 좋다. [사진 강병욱]

제주 고등어. 고등어를 고를 때는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고 등 쪽이 푸른빛이 날수록 좋다. [사진 강병욱]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등 푸른 생선을 먹어야 몸에 좋다며 살을 발라 숟가락에 한 점씩 올려주셨다. 그 당시 등 푸른 생선이 왜 그런 색을 띠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등어 같은 회유어(계절에 따라 일정한 경로로 이동하는 물고기)는 등이 푸르고 바다의 물결무늬가 촘촘히 새겨져 있으며,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바닷물과 색깔이 비슷해 새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물속 아래에서 보면 태양의 영향으로 복부가 잘 보이지 않아 아래쪽에 사는 큰 물고기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이다. 우리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사실은 이렇게 하나하나 뜻깊은 이유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고등어는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해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죽자마자 붉은 살이 부패하기 시작한다. 바다에서 고등어를 올리자마자 얼음에 넣어 급속 냉동을 시켜 최대한 신선도를 유지한다. 고등어가 죽으면 붉은 살에 함유된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이라는 성분으로 바뀌는데, 이 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가 두드러기와 복통·구토 등을 유발한다. 그래서 어부의 말 중에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고등어가 죽으면 그 소화 효소가 내장까지 소화해 버리기 때문에 빨리 썩는 것이다. 따라서 탄력이 없는 고등어는 이미 내장이 부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한 고등어는 우리 몸에 어떤 좋은 영향을 줄까? 고등어에는 생활 식 습관병을 예방하는 수많은 기능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을 예방하고 혈관을 부드럽게 해 혈압을 정상화해 주는 EPA와 학습 능력 향상에 효과적인 DNA가 풍부하다. DHA는 뇌의 구성 물질로 머리를 좋게 하고 치매와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DHA는 생으로 먹을 때 가장 효과가 뛰어나며 기름에 튀기면 50~60% 정도가 손실되며,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하면 그 함량이 80%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므로 조림으로 해 먹을 경우 국물까지 다 먹어야 영양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고등어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E가 들어 있어 DHA와 EPA가 산화되는 것을 막아 준다. 꼬리 부근의 껍질과 살코기에는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입 안이 자주 허는 사람에게 좋은 비타민B가 풍부하며, 붉은 살에는 철분이 풍부하여 빈혈을 예방하고 간 기능을 강화해 준다.

가을, 겨울이 제철인 고등어를 고를 때 어떤 점을 보면서 골라야 할까? 고등어를 고를 때는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고 등 쪽이 푸른빛이 날수록 좋다. 검은 색깔이 진할수록 물이 좋지 않은 것이다. 또 만져 보았을 때 육질이 탄력 있고 탱탱한 것이 좋다. 위에서 잠깐 설명한 내용처럼 탄력이 없으면 내장이 이미 부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싱싱한 고등어가 아니다. 배 쪽을 살짝 만져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고등어 요리. 생선에 레몬과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을 넣어주면 생선 살을 살짝 분해해주어 탱탱한 살이 유지된다. [사진 강병욱]

고등어 요리. 생선에 레몬과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을 넣어주면 생선 살을 살짝 분해해주어 탱탱한 살이 유지된다. [사진 강병욱]

배가 통통한 고등어를 시장에서 한 마리 사와 요리를 해보았다. 개인적으로 고등어 초절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등어를 손질한 뒤 식초와 물 그리고 레몬을 넣은 식초에 넣어 30분 정도 절여주었다. 생선에 레몬과 라임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을 넣어주면 생선 살을 살짝 분해해주어 탱탱한 살이 유지된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절여주면 살이 으깨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절임이 끝난 고등어는 껍질과 가시를 제거한 뒤, 먹기 좋게 썰어 주었다. 고등어의 향을 중화시켜 주기 위해 제주 한라봉을 활용하며 소스를 만들고, 쪽파를 이용해 오일을 만들었다. 완성된 요리를 먹어보니 살이 통통한 고등어가 많은 조리 과정을 하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을 너무 잘 살려주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등 푸른 생선 이야기와 밥에 올려주신 생선 한 점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이 모든 것을 치유해 줄 수 없지만,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헤쳐 나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어린 시절 생선 한 점의 추억을 떠올리며 거센 겨울 물살을 이겨내는 고등어와 같이 잘 이겨내었으면 좋겠다.

넘은봄 셰프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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