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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앗아간 1300조 “관광, 2024년 돼야 예년수준 회복”

중앙일보

입력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 관광업 일자리가 1억~1억200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가 항공산업에 미친 충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 8, 9일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관광·항공 회복 전략 토론회’에서 나온 진단이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토론회에는 세계관광기구(UNWTO),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관계자가 참석해 올 한해 관광 분야의 피해 상황을 결산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 내용과 단독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 관광 동향을 살폈다.

UNWTO, 코로나 사태 이후 피해 상황 분석 #입국 제한 엄격한 아·태 지역 더 큰 충격 #백신 보급, 경제 회복 동반돼야 관광 살아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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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예산 두 배 증발

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 수는 지난 10년간 한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올해 들어 약 7억 명(1~8월)이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급격한 관광객 감소는 관광 산업의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하비에르 루스카스 UNWTO 전문위원은 “전 세계 관광산업 직접 일자리는 1억~1억 20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며 “관광산업 피해액은 9000억~1조2000억달러(약 977조~1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0년 한국 정부 예산(513조)의 약 두 배가 증발한 셈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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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국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건 나라마다 국경 봉쇄에 가까운 여행 제한 조처를 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여행 제한을 완화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루스카스 전문위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11월 1일 기준 전 세계 70% 국가가 여행 제한령을 완화했지만 25% 정도는 여전히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여행 제한을 많이 푼 반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대체로 강도 높은 여행 제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월 해외여행 입국자 수는 전 세계 평균 79% 감소했다. 아시아·태평양은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95% 감소세를 보였다.

백신 보급돼도 2024년께 회복

항공산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2020년 전 세계 여객 수가 지난해보다 62% 줄고, 매출은 5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0년 동안 9·11 테러, 세계금융위기 때를 빼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항공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항공업 역시 아태 지역이 가장 피해가 심각하다. IATA 비누프 고엘 아태 본부장은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 정부의 엄격한 입국 제한과 자격 격리 방침 때문”이라며 “국제항공운송협회는 각국 정부와 자가 격리 없이 국경을 여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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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과 보급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면서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비에르 루스카스 UNWTO 전문위원은 “백신이 보급되면 여행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국제 관광도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며 “그러나 여행 제한 완화, 경제 회복도 백신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신이 전 세계에 보급될 때까지 기다릴 순 없다”며 “각국 정부와 관광업계는 엄격한 방역과 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안전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야 한다. 그다음으로 백신은 여행의 자신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ATA는 보다 신중한 전망을 했다. 고엘 본부장은 “백신이 보급된다 해도 2024년은 돼야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며 “2021년 항공산업 피해 규모를 387억달러(약 42조원)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IATA는 2020년 전 세계 항공산업 피해액을 129조원으로 추정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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