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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역사화해 프로세스'에 공감…"한·일 정상회담 개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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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겸 중앙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한일 역사 화해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장진영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겸 중앙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한일 역사 화해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장진영 기자]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사진)이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제시한 '한·일 역사 화해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인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제안 #"중국, 한·일 관계 중재 희망 메시지 발송" #"美 바이든 정부, 역사문제 개입 가능성 작아" #"일본, 강제징용 '日 선보상 韓 후보전' 수용 어려울 것"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0년도 현대일본학회 특별학술회의'에서 진창수 세종연구소 박사는 "지금처럼 한·일 간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역사 화해는 단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일곱 가지 단계적 방안을 제시했다.

진 박사는 ▲외교부-외무성 간 국장급회의 채널을 청와대-총리관저 간 채널로 교체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및 지속적인 대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및 한국의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연기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변제 ▲일본 정부 및 기업의 유감 및 반성 표명 ▲'제2의 문희상안' 등 특별법을 통한 과거사 문제 전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의식 표명 ▲한·일 정상 공동선언 등 7가지 단계를 제안했다.

진 박사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실패한 원인은 양국 모두 이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역사 문제는 무를 자르듯 끝나는 게 아닌 만큼, 한·일 공동선언 후에도 항상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0년도 현대일본학회 특별학술회의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서대학교 일본연구센터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0년도 현대일본학회 특별학술회의를 마친 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한·일관계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이 과거사 문제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중재 의사를 표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가미야 타케시 아사히신문 지국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한국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안 좋으면 중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재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를 한국에서 공급받아야 하고 한국은 그 원료를 또 일본에서 공급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도 한·일 관계 악화를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창수 박사도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를 크게 만들어 어느 한쪽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 미국에 대항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이 역사문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편 가르기를 할 가능성은 작으며, 이 때문에 중국이 한·일 역사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 등장과 미·중 갈등이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참석자간에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전진호 광운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유익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대중·대일·대북 정책은 지금까지 종합적인 고려 없이 사실상 홀로 걸어왔다"며 "정부의 대미 전략과 동아시아 정책이 미국의 정책과 잘 조율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경우에만 (미국의) 긍정적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정상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트럼프식) 외교가 국무부 및 외무성, 외교부로 돌아오고, 한·미·일 NSC간 대화가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 정책을 제시하면서 공백기에 놓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과 같이 한국과 일본의 역사 갈등에 직접 중재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신정화 동서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 역사 문제에 개입했던 것은 위안부 문제가 전시 여성인권문제라는 보편적 문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한·일 징용공(강제징용) 문제는 제국주의 및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흔드는 문제일 수 있어 위안부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철민 주헝가리 대사가 청와대 외교비서관 시절인 지난 10월과 11월 일본을 극비리에 방문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기업의 선 보상 및 한국 정부의 후 보전 안을 제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가미야 지국장은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965년 협정에 따라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맞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주주대표소송을 생각하게 되며, 심한 반한감정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동서대학교가 후원한 이번 학술회의에는 이면우 세종연구소 박사와 김재신 국립외교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조양헌 국립외교원, 윤대엽 대전대, 서승원 고려대, 최희식 국민대, 조진구 경남대, 최은봉 이화여대 교수 등이 각각 토론과 발표에 참여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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