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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에 민원전화 걸면 아이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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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충남 천안시에 전화를 걸면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가 바로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읍·면·동 민원 담당 직원의 자녀들이 녹음한 통화연결음을 제작한 건 악성 민원 때문이었다. 2018년엔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한 직원까지 나오면서 안전은 노사의 고민거리가 됐다. 천안시 노사는 폭언과 폭행에 쉽게 노출된 직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안전대책을 수립한 데 이어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원인에 배려를 부탁하는 ‘마음이음’ 통화연결음까지 만들었다.

행안부 ‘공무원 노사문화 우수기관’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상담해요” #악성민원 줄이려 자녀 목소리 연결 #강원도 돌봄센터엔 영화감상실도

강원도는 노사 간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도지사와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여는 ‘문순C와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 강원도]

강원도는 노사 간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도지사와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여는 ‘문순C와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사진 강원도]

강원도청 제1청사에선 내년 3월 개소를 목표로 ‘아이돌봄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도청 노조는 어린 자녀를 봐줄 곳이 없어 휴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지난해 1월 돌봄센터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2014년 43명에 그쳤던 휴직자가 점차 늘어 2019년엔 76명에 이르자 노조는 아예 단체교섭 안건에 돌봄센터 건립을 넣었다.

강원도가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돌봄센터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직원 자녀 외에도 일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돌봐주는 지자체 최초의 돌봄센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11억4500만원을 내놓기로 했다. 이 돌봄센터엔 키즈카페와 북카페, 스터디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영화감상실까지 들어서게 된다. 노조 제안에 강원도가 화답하면서 지난해 12월 강원도 노사는 공동으로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상생협력 협약’까지 맺었다.

강원도와 천안시는 건전한 노사관계를 보여준 점을 인정받아 10일 행정안전부로부터 ‘공무원 노사문화 인증 우수기관’으로 뽑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 노동조합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 기부 봉사 활동을 펼쳤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노동조합]

중소벤처기업부 노동조합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 기부 봉사 활동을 펼쳤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노동조합]

중소벤처기업부도 호평을 받았다. 2018년 6월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중소벤처기업부지부에 ‘직장 내 괴롭힘’ 제보가 들어왔다. 한 간부급 공무원이 휴가 중 일을 시키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노사갈등으로 번지는 듯했던 직장 내 갑질 문제는 협의체를 만들어 노사가 조사하고 시민단체가 갑질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특이한 이름의 위원회도 생겼다. ‘갑질근절 특별위원회’였다. 전용 메일과 고충처리원을 두고 ‘연가사용 갑질’ 신고나 ‘인사관련 갑질’ 신고 기간을 두면서 제보를 받았다. 김영환(38) 중기부 노동조합 위원장은 “신고 3일 만에 조사와 당사자 징계 등 처분까지 빨리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부임하면서부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최단기 단체협약 체결을 하는 등 노사관계도 달라졌다. 덕분에 중기부도 10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중기부 외에도 경기 용인시, 경남 창원시, 경북 경산시가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행안부 장관상은 경상북도 교육청과 전북 완주군, 전남 완도군에게 돌아갔다. 행안부는 2010년부터 서로 돕는 공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사문화 인증 우수기관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재관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공무원노조와 직장협의회 등 공무원 단체와 기관이 갈등과 대립을 넘어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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