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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무현 NLL 회의록 폐기’ 백종천·조명균 유죄 판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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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던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라는 판단을 내렸다. 1, 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결론이다.

“초본도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 #1·2심 무죄 판결 뒤집고 파기환송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던 백 전 실장 등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백 전 실장 등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그의 지시에 따라 완성본을 새로 만든 뒤 초본을 삭제한 혐의다.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의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새누리당은 해당 발언을 감추기 위해 초본을 고의 폐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새누리당의 문제 제기를 대부분 인정해 2013년 11월 백 전 실장 등을 불구속기소 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수사를 받았지만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사법처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쟁점은 삭제된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고 ‘열람’ 항목을 눌렀기 때문에 ‘결재’가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초본은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열람 항목을 누르면서 “수고 많았다. 다만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한다”는 글을 남겼다는 점에 주목,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며 이를 삭제한 행위 역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백 전 실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는 서명 여부뿐 아니라 결재권자의 지시, 결재 대상 문서의 종류와 특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업무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초본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와 ‘열람’ 명령을 선택해 전자문자 서명과 처리 일자가 생성되게 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최종 결재를 하지는 않았지만, 초본을 열람하고 확인한 만큼 결재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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