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탄 들쳐업고 오른 달동네 "나눔 온기에 추운데도 땀나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서 열린 중앙그룹 임직원 연탄 나눔 봉사에서 송정훈 조인스중앙 차장이 연탄을 지게에 쌓고 있다. 고석현 기자

10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서 열린 중앙그룹 임직원 연탄 나눔 봉사에서 송정훈 조인스중앙 차장이 연탄을 지게에 쌓고 있다. 고석현 기자

"이 추운 날씨에 땀이 나네요." 

양어깨에 지게를 들쳐업고, 아득한 언덕길을 올려다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양팔 너비쯤 되는 고갯길, 마을버스도 헐떡이며 올라갔다. 깎아지른듯한 비탈에 들어선 작은 집들이 아파트를 마주한 채 오밀조밀 모여있는 작은 동네였다.

중앙그룹, 연탄 1만장 기부하고 #임직원 봉사단 45명 직접 전달

10일 중앙그룹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연탄 1만장을 기증하고, 임직원 봉사단이 직접 나서 서울 성북구 정릉3동 구동마을에서 연탄을 날랐다. 달동네 어르신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서다. 중앙일보·jtbc·메가박스·휘닉스 등 계열사 임직원 45명이 연탄은행 활동가 5명과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당초 100여명의 중앙그룹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봉사활동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 봉사단은 체온 측정과 KF94 마스크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봉사활동에 나섰다.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0일 중앙그룹 임직원 연탄 나눔 봉사에서 한 봉사단원이 집집이 옮겨진 연탄을 창고에 쌓고 있다. 장진영 기자

10일 중앙그룹 임직원 연탄 나눔 봉사에서 한 봉사단원이 집집이 옮겨진 연탄을 창고에 쌓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하자, 연탄기부와 자원봉사도 얼어붙었다. 이 때문에 달동네는 올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신미애 연탄은행 사무국장은 "'연탄이 부족해 너무 춥다'는 어르신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복지관 시설 문도 닫게되자, 무료급식도 끊긴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연탄은행에 기부된 연탄 수는 124만장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08만장) 대비 40.4%가 감소했다. 자원봉사자도 지난해엔 1만2000여명 가량이 힘을 보탰지만, 올해는 6003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연탄은행이 매달 연탄을 전달하는 가구는 서울에만 1750가구(11월말 기준)에 이른다.

이재빈 연탄은행 간사는 "오늘은 코로나19로 연탄 기부가 줄어 가구당 100장씩밖에 나눠드리지 못하게 됐다"며 "한 달에 보통 150~200장씩 연탄이 들어가는데, 한 달 보내기도 한참 부족한 수량"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마을 초입 작은 공터엔 연탄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봉사단은 연탄을 나눠주는 사람, 나르는 사람, 집집이 다시 쌓는 사람 이렇게 셋으로 역할을 나눴다. 연탄 하나의 무게는 3.65㎏. 난생처음 등지게를 메고, 연탄 여섯장을 올렸다. 어깨가 제법 묵직했다.

첫 배달 장소는 출발지에서 300m가량 떨어진 언덕 꼭대기 양철지붕 집. 그냥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오르막인데, 마스크를 쓰고 연탄까지 짊어지니 걸음걸음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귀한 연탄을 혹여나 떨구진 않을까' 온 신경이 등에 모였다. 허리를 곧게 펴지도 못했다. 마의 구간은 '깔딱고개'였다. 숨을 참고 단숨에 올라야 힘이 덜 든다는 걸 뒤늦게 체득했다. 두 번쯤 왕복하자 뒷목이 뻐근해졌다. 땀이 줄줄 흘러내려 마스크에 습기가 찬 탓에 숨을 쉬기 어려워졌고, 안경에도 뿌옇게 김이 서렸다.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마친 뒤 사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3동 일대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마친 뒤 사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연탄은 이 동네 21가구에 전달됐다. 함께 연탄을 나른 김형진 중앙일보 기자는 "연탄이 한장 한장 지게에 올라올 때 삶의 무게가 느껴졌고, 다시 내릴 때 비로소 그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연탄을 받아든 80대 노부부는 "하루 넉 장은 연탄을 때야 집에 온기가 도는데, 너무 금쪽같아 하루 두 장씩 아껴 사용하고 있다"며 "겨울나기가 걱정됐는데 너무 고맙다"고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중앙그룹 봉사단 도동환 중앙일보M&P 사원은 "코로나19 탓에 2년 전 연탄봉사를 했을 때와 달리, 집집마다 쌓여 있는 연탄이 적어 안타까웠다"며 "중앙그룹 직원들의 온기와 에너지가 어르신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