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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88% 뛴 코스피…"3200 간다" vs "IT버블 수준"

중앙일보

입력

"내년 코스피 상단을 3000포인트로, 종전보다 300포인트 상향한다."

지난 7일 한화투자증권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21년 투자전략' 수정 보고서를 냈다. 지난 10월에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 최고점을 2700으로 잡았는데, 최근 코스피가 2700선을 뚫어냈기 때문이다. 박승영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가 10% 늘어난 점을 반영했다"고 했다.

이는 최근 국내 증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연일 최고점을 새로 쓰자 증권가에선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내년에 320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주가가 짧은 기간 너무 뛰다 보니 코스피가 조만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10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9.01포인트(0.33%) 내린 2746.46을 기록하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9.01포인트(0.33%) 내린 2746.46을 기록하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낙관론 팽배…일부 "내년 3200 갈수도"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33% 내린 2746.46으로 마감했지만, 장중엔 2765.46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800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신한금융투자와 외국계 투자은행(IB) JP모건이 내년 코스피 상단을 3200선으로 제시했고, 대신·한화·현대차·흥국·카카오페이증권은 "코스피가 3000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낙관론의 근거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달러 약세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기대 ▶경기 정상화와 기업 실적 회복 가시화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식투자 선호 등이 꼽힌다. JP모건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낙관론과 기업 실적 회복 가시화 등으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급 전망도 나쁘지 않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여력이 아직 남은 것으로 본다"며 "외국인이 11월 이후 7조원가량 순매수했지만, 이는 올해 1~10월 순매도액의 25%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연말 대규모 매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9~2011년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 랠리와 비슷한 '차화전'(자동차·화학·전자)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400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연합뉴스

정부가 400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연합뉴스

신중론 고개…"백신 기대감 소멸 후 조정 가능"

반면 신중론자의 생각은 다르다. 증시 흐름에 대해 "오버슈팅(단기 과열) 성격이 짙다"는 걱정이 크다. 먼저 단기 급등 우려다. 코스피는 지난 3월 연저점(1457.64) 대비 9개월 만에 8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일본 닛케이는 60~70% 올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가가 기초체력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다"며 "국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이 평균 추세치를 벗어났는데, 이는 2000년 IT 버블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백신이란 재료가 소진되면 백신 접종 부작용, 거부 움직임 등 부정적 소식이 나와 장이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도 부담 요인이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주가가 기대감만으로 올라간 상태다. 내년에 경기가 굉장히 좋지 않고선 올라간 가격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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