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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서브병 유발 김선호 “언젠간 가을 코스모스처럼 만개…”

중앙일보

입력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지평 역으로 서브병을 불러 일으킨 김선호. [사진 솔트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지평 역으로 서브병을 불러 일으킨 김선호. [사진 솔트 엔터테인먼트]

6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의 최고 수혜자를 꼽자면 단연 배우 김선호(34)다.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성장담을 그리겠다는 포부는 삼산텍 CEO 서달미(배수지)와 CTO 남도산(남주혁)의 연애담에 밀리면서 시청률은 5%대에 그쳤지만 이들을 돕는 SH 벤처캐피탈 팀장 한지평 역을 맡은 김선호만큼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15년 전 남도산이라는 이름으로 서달미와 편지를 주고받던 스윗함과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진짜 남도산을 도우면서도 숨기지 못한 까칠함이 만나 ‘서브병’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1월 한국기업편판연구소의 드라마배우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도 남주혁(2위), 배수지(17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까칠하면서도 스윗한 한지평 역 호평 #배수지·남주혁 제치고 브랜드 평판 1위 #2009년 연극 데뷔 후 ‘1박2일’서도 활약 #“연기·예능 뭐 하나 잘하는 것 없어 속상, #그 고민조차 도움되리란 차태현 조언 감사”

서면으로 만난 김선호는 “사실 서브병이라는 개념을 요즘에서야 알아가고 있다”며 “많은 분들께서 주인공들과 함께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입체적인 인물이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태도가 명확하잖아요.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도산이를 만날 때, 달미를 뒤에서 응원하고 도와주면서 지켜볼 때, 친할머니처럼 아껴준 최원덕(김해숙)과 있을 때 등에서 ‘순딩’하고 날카롭고 위트 있고 슬프고 짠하고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한지평과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 하고, 좋은 집 좋은 차도 없지만 절반 정도는 저의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앞이 캄캄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길”

SH 벤처캐피탈 수석팀장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tvN]

SH 벤처캐피탈 수석팀장으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tvN]

멘토로서 서달미(배수지)의 든든한 백이 되어준다. [사진 tvN]

멘토로서 서달미(배수지)의 든든한 백이 되어준다. [사진 tvN]

보육원에서 나온 그를 받아준 최원덕(김해숙)에게는 특히 각별하다. [사진 tvN]

보육원에서 나온 그를 받아준 최원덕(김해숙)에게는 특히 각별하다. [사진 tvN]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 모두 최원덕에게서 찾았다. 보육원에서 나와 갈 곳 없던 지평을 거둬준 원덕이 운동화 끈을 묶어주며 “성공하면 연락하지 마. 잘 먹고 잘살면 연락하지 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좋았다”고. 원덕이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녀 달미에게 건넨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 거야.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마”라는 대사와 이후 시력을 잃게 된 원덕에게 달미가 건네는 “가을이네, 할머니 보니까 예쁘게 폈어. 코스모스가”라는 말이 “뭉클하고 여운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데뷔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으로도 이 ‘코스모스론’을 꼽기도 했다. 대학로에서는 ‘연극계 아이돌’로 군림했지만, 2017년 KBS2 ‘김과장’을 시작으로 드라마에 도전하면서 다시 신인이 된 자신의 처지와 겹쳐진 탓일까. ‘투깝스’로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상을 동시에 거머쥐었지만 인생작을 만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앞이 캄캄한 것 같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가을에 활짝 피는 코스모스처럼 만개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거라 믿어요. 저에게도 지평이처럼 조언을 해주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1박2일 오래 할 것…내 편, 내사람 얻어”

지난해 12월 시작한 ‘1박 2일’ 시즌 4에 고정 출연 중인 김선호. [사진 KBS]

지난해 12월 시작한 ‘1박 2일’ 시즌 4에 고정 출연 중인 김선호. [사진 KBS]

예능 고수들 사이에서 ‘예뽀(예능 뽀시래기)’로서 최선을 다한다. [사진 KBS]

예능 고수들 사이에서 ‘예뽀(예능 뽀시래기)’로서 최선을 다한다. [사진 KBS]

지난해 12월 KBS2 ‘1박 2일’ 시즌 4에 합류해 연정훈·김종민·문세윤·딘딘·라비 등 예능 고수들 사이에서 ‘예뽀(예능 뽀시래기)’로 활약 중인 그는 지난달 방영된 심리상담 편에서 “연기와 예능 뭐 하나 잘하고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때 차태현 선배님이 방송을 보고 ‘1박 2일’ 노진영 작가님을 통해서 조언을 해주셨어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는데 원래 그 시기에 그런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고 그 고민 역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1박 2일’을 하면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바쁜 스케줄로 ‘1박 2일’ 하차를 우려하는 팬들을 향해 “여기 있는 누구보다 오래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예능 고정 출연에 대해 “작품 속 캐릭터에서 예능인 김선호가 보일까 걱정되긴 하지만 그건 앞으로 제가 극복해야할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스타트업’을 재밌게 본 분들이 ‘1박 2일’도 보고, ‘1박 2일’을 즐겨보는 분들이 다른 드라마도 찾아봐 주시면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2018년 MBC 4부작 ‘미치겠다, 너땜에’ 키스신 영상이 유튜브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하고 채널마다 과거 출연작을 모아 편집본을 만드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31일 방송되는 MBC 가요대제전은 임윤아ㆍ장성규와 함께 김선호를 MC로 발탁하기도 했다.

김선호는 “2018년 tvN ‘백일의 낭군님’을 촬영하던 당시 출퇴근을 반복하는 회사원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며 “촬영장 근처 문경이나 경주 등을 도보 여행하며 이렇게 좋은 데서 촬영을 하는구나 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사진 솔트 엔터테인먼트]

김선호는 “2018년 tvN ‘백일의 낭군님’을 촬영하던 당시 출퇴근을 반복하는 회사원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며 “촬영장 근처 문경이나 경주 등을 도보 여행하며 이렇게 좋은 데서 촬영을 하는구나 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사진 솔트 엔터테인먼트]

차기작은 내년 1월 개막을 앞둔 연극 ‘얼음’이다. 2016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장진 감독 작품으로 정웅인·이철민·박호산이 형사1, 이창용·신성민·김선호가 형사2를 맡았다. “제게 무대는 늘 치열했던 곳이에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짜릿함도 있고.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곳이기도 하죠.” 아직 뮤지컬과 영화 출연 경험은 없는 그는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며 극을 이끌어 가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영화는 불러만 주신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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