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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가 하루만에 무더기 의결한 법안…일상 어떻게 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9일 국회 본회의를 무더기로 통과한 논란의 법안들은 무엇을 바꿀까. 국회는 이날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대상)이 된 3법(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과 그 부수법안을 제외한 100여 건의 법안 중엔 제도를 뿌리째 바꾸거나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9일 본회의 통과 주요 법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9일 본회의 통과 주요 법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경제3법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15차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 통과된 법안 가운데 논란이 가장 컸던 건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다. 먼저 상법은 외부 감사위원 선임을 1명 이상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최대쟁점이었던 ‘3%룰’은 정부안보다 다소 완화했다. 정부안에선 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계 3%로 제한했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합산 방식이 빠졌다. 인당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재계는 이 안도 “주주권 침해, 투기세력 악용 등이 우려된다”고 반발해 왔고 시민단체 등은 “재계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또 '다중대표소송 제도'를 도입, 모회사 주주(비상장사 1%, 상장사 0.5% 이상 보유)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때 일반 주주가 자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단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다.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기존(총수일가 지분 상장 30%·비상장 20% 이상)과 달리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강화했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들어간다. 과징금 역시 담합(매출액 10%→20%), 시장지배력 남용(3%→6%), 불공정거래(2%→4%)로 2배 상향했다.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의 길도 열렸다.

폐지를 검토했던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은 유지됐다. 전날 민주당이 정무위에서 급히 유턴한 결과다. 전속고발권은 불공정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에 의해서만 형사처벌이 가능케 하는 제도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선 당내 강경파들의 불만이 제기됐지만 지도부는 “당·정·청 소통 결과”라고 무마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비(非)지주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제도화했다.

②ILO 비준 위한 노동3법, 특고3법

7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 투쟁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도 논란이 뜨거웠던 법안이다. 노동조합법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2년→3년)이 핵심이다. 당초 정부는 해고자 등의 사업장 출입 금지, 생산 주요시설에서의 쟁의 금지 등 단서를 붙였지만 노동계 반발로 빠졌다.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의 노조 가입기준 중 직급 제한(6급 이하만 가능)을 폐지하고 ▶교원, 퇴직공무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교원노조법 역시 ▶퇴직교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도록 바뀌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등이 세를 불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ILO비준과 별도로 근로기준법도 개정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로 조정됐다. 다만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하고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가 담겼다. 그간 단위 기간이 짧아 유명무실했던 탄력근로제의 허점을 보완한 결과다.

고용보험·산재보험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범위도 확대된다. 이른바 '특고 3법' 이 처리된 결과다.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건설기계기사, 방문판매원, 대여제품방문점검원, 방문강사, 가전제품설치기사, 화물차주 등 14개 직종이 대상이다.

전경련 등 재계는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은 노사관계를 악화시켜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고 특고 고용보험 의무화 역시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을 기업이 악용할 것을 걱정한다.

③5·18특별법, 사회적참사법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의사일정 상정에 대한 변경동의에 관해 손을 들어 표결을 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의사일정 상정에 대한 변경동의에 관해 손을 들어 표결을 하고 있다. 뉴스1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던 5·18 특별법도 국회를 무사히 통과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처벌 조항이 핵심이다. 당초 7년, 7000만원 이하였던 처벌 수위를 다소 낮춘 게 조정의 전부였다. 여전히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센 처벌이다. 야권은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했지만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대상에 넣진 않았다.

사회적참사법이 통과되면서 10일 종료예정이던 사회적참사위원회(사참위)는 2022년 6월까지 계속 활동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조직이었지만 가습기살균제 부문은 연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정안에는 또 사참위에 검사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하고 압수된 자료에 대한 열람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수사권에 준하는 칼을 쥐어준 셈이다.

④경찰법·지방자치법·조두순방지법

자치 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찰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경찰 업무는 국가경찰(보안·외사·경비 등)과 자치경찰(생활안전·교통·청소년), 국가수사본부 산하 수사경찰로 사실상 나뉘게 된다. 시장 및 도지사 소속 독립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가 자치경찰을, 경찰청장이 국가경찰을,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경찰을 지휘·감독하는 형태다. 시·도지사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거나 경찰의 권한 남용 가능성 커진다는 걱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방자치법 통과로 지방의회 권한도 강해졌다. ▶지방의회 의장에게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을 부여하고 ▶지방의회 의원에게 정책 전문인력을 지원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또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 대한 특례시 지정 근거를 마련했다. 수원·고양·용인·창원시 등 4개 도시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만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피해자 등에 대한 접근금지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통학시간대 외출 제한도 명령할 수 있게 한 일명 ‘조두순 방지법’(전자장치부착법)도 이날 의결됐다.

10일 이후 본회의 통과 예상 법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0일 이후 본회의 통과 예상 법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공수처법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공수처법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위해 본회의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공수처법 저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있던 3개 법안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처리가 지연됐다. 여당안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개정되면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은 무력화된다. ‘추천위원회는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현행 조항을 삭제하고,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명이 반대 또는 불출석해도 나머지 5명(당연직 3명, 여당몫 2명)만 찬성하면 후보를 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에 대해 “입법 독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의 임용 요건을 완화(변호사 자격 보유기간 10년→7년, 재판·수사·조사 경력 요건 삭제)하는 조항도 담겼다. 국민의힘은 이 역시 검사 경력이 없는 친여 성향의 변호사들로 공수처를 구성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해 왔다.

②국정원법·남북관계발전법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대공·대정부전복 등에 관한 국내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를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하되 3년 유예하는 게 골자다.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경찰 권한의 비대화, 대공수사 약화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국민의힘은 그간 남북관계발전법안을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불러왔다.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로 방송하는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었던 내용이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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