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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야, 질리지도 않니? 백로는 명함도 못낼 ‘부부애’[영상]

중앙일보

입력

한평생 부부가 해로하며 금실 좋기로 유명한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장수(長壽)의 상징이며, 학(鶴)으로도 불리는 두루미 부부의 다정한 겨울나기가 포착됐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9일 “두루미 부부가 지난 2일부터 임진강 상류인 군남댐 아래쪽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에서 매일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두루미 부부는 온종일 야트막한 자갈 섬 옆 10㎝ 정도 깊이의 여울 일대에서 같이 지낸다. 연신 물속을 살피며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도 함께 한다. 쉴 때 부리로 털을 고를 때도 붙어 선 채 같은 행동을 보인다. 물가를 걸어갈 때도 언제나 다정히 붙어 다닌다.

해 질 무렵 주변에서 동료 두루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민통선 내 임진강으로 옮겨갈 때도 부부는 나란히 하늘을 난다. 두루미 부부 옆에는 여름 철새인 백로 부부의 모습도 목격됐다. 겨울 철새 부부와 여름 철새 부부가 한 자리서 공존하는 묘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하류 임진강에서 목격된 두루미 부부.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지난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하류 임진강에서 목격된 두루미 부부.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두루미는 유달리 부부애 강해”  

백운기(동물학박사) 한국조류학회 전 회장은 “두루미는 유달리 부부애와 가족애가 강해 시베리아에서 임진강으로 월동을 위해 날아오고 돌아갈 때도 항상 부부 또는 가족 단위로 장거리 이동을 한다”며 “먹이 활동과 잠자리도 부부 또는 가족 단위를 유지하며 무리와 어울리는 생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 철새인 백로의 경우 기후변화로 겨울에 서식지인 동남아시아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석우 대표는 “군남댐 상류 3㎞ 지점 임진강 빙애여울에는 지난달 말부터 두루미와 재두루미 600여 마리가 월동을 위해 날아들었다”며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10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견학과 관광이 일절 금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민통선 바깥에서 다정한 두루미 부부의 모습이 지난 2일부터 계속 목격되고 있어 진귀한 볼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러기 수천 마리 대이동 ‘장관’    

이런 가운데 군남댐 하류 임진강 일대에서는 요즘 해 질 무렵이면 기러기 수천 마리가 하늘을 뒤덮을 듯 무리 지어 잠자리로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낮에는 군남댐 하류 임진강 일대에서 주로 지내다 석양이 질 때쯤이면 약속이나 한 듯 울음소리를 내며 동시에 무리 지어 날아오른다. 이어 집단 무용을 펼치듯 하늘을 떼 지어 이리저리 날며 군남댐 상류 민통선 내 임진강 여울 등지의 잠자리로 함께 이동한다.

지난 7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하류 임진강에서 목격된 기러기 무리.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지난 7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 하류 임진강에서 목격된 기러기 무리.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 대표는 “기러기 무리의 이동 광경은 하늘에서 거대한 파도가 이리저리 출렁이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낸다”고 소개했다. 그는 “군남댐 하류의 희귀 겨울 철새를 보호하고 이곳을 생태견학 명소로 활용하기 위해 불법 낚시를 단속하고 철새 탐조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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