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거들고 같이 밥먹고, 동네라는 게 뭔지 비로소 실감”

중앙일보

입력 2020.12.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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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한 장면. [사진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한 장면. [사진 KBS]

“아저씨 알죠?”(김영철)
“네~”(여학생들)
“누구예요?”(김영철)
“4딸라~”(여학생들)
“이제 이름이 4딸라 됐네. 하하”(김영철)

100회 앞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요즘 가는 곳마다 힘든 분 많아
코로나가 어서 끝나야 할 텐데…”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걷던 김영철(67)이 학생들의 환대에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지난해 5월 방영된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의 ‘가고 싶다 소풍길’ 편이다. ‘100% 리얼 다큐멘터리’를 강조하는 이 프로그램은 배우 김영철이 전국 각지의 동네를 하루 동안 돌아보는 기행 다큐다. 작은 노포에 들어가 음식을 먹으며 주인과 이야기 나누고, 일손을 거들거나 물건을 사기도 한다.

눈과 귀를 잡을만한 특별한 ‘장치’가 없지만 토요일 오후 쟁쟁한 예능프로그램과 경쟁 속에서도 7~8%의 시청률을 유지한다.

김영철

김영철

‘동네 한 바퀴’는 2018년 7월 2편(서울 중구 중림·만리동, 서울 종로구 익선·계동)으로 내보낸 파일럿 프로그램에 호평이 쏟아지면서 4개월 뒤 정규 편성됐다. 오는 12일 100회 특집 방송을 앞둔 그를 9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는 “동네에서 스쳐 지나갈 법한 소소한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온기를 입혀 전달하는 취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며 “시청자 게시판에도 ‘우리 동네에 이런 골목들이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그는 ‘태조 왕건’ ‘아이리스’ ‘야인시대’ 등 드라마에서 개성 있는 역할로 인지도를 쌓은 중견 배우다. “처음엔 사람들이 내 뒤에서 ‘야, 야, 저거 봐’ 하며 수군거렸는데 이젠 먼저 "동네 한 바퀴”라고 외치며 반겨주신다”며 즐거워했다. 또 “92세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한쪽 눈을 가려 궁예 흉내를 내시면서 ‘왔어!’ 하시고, 농사일하시던 할아버지가 호미를 던지고 와서 손을 잡아주신다. 그런 반응이 참 감사하다”며 “드라마에선 강한 역을 주로 맡은 내가 스스럼없이 손도 잡고 앉아 얘기를 듣고 하니 재밌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한 바퀴’ 촬영을 하며 많은 곳에서 보약 같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해도 출신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대구, 안양, 문산, 서울 등을 떠돌며 보낸 기억 때문이다. 그는 “명절 때 고향 찾는 이들이 늘 부럽고, 가슴 속엔 헛헛함이 있었다”며 “대구 칠성동 골목길을 걸을 땐 ‘내가 어릴 때 아장아장 걷던 곳이 이랬구나’라는 생각했고, 청주에서 동네 사람들과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해 먹었을 때는 ‘동네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를 비로소 느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촬영하러 동네 식당을 가면 임대료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보인다. 가는 곳마다 힘들어하시는 얼굴을 보니 죄송스러운 기분도 든다. 어서 코로나19가 끝나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촬영하며 주민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지만 지키는 룰도 있다.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다.

그는 “편하게 얘기하다 보니 ‘전두환이 어떻다, 김영삼이 어떻다’ 혹은 ‘나는 야당이 좋아, 아니야 싫어’ 이런 말씀들을 하신다. 종교 이야기도 많이 하시는데 내가 빨리 정리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100회를 넘어 1000회까지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다 똑같은데, 100명이 하는 이야기가 제각각 다르다. 1000회까지 거뜬할 것 같다”며 웃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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