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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필리버스터 첫 주자는 김기현…기저귀 차고 자정까지 발언대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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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라지만 3시간여(정기국회 종료) 만에 또는 24시간(180석의 요구) 만에 끝날 수도 있다. 우군까지 180석을 넘나드는 거여(巨與)의 완력 때문이다.

울산시장선거 의혹 피해자 상징성

국민의힘은 그래도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 등 3건에 대해서다. 당초 사회적참사진실규명법 개정안(사참위법), 5·18역사왜곡처벌법안도 하겠다고 했다가 취소했다. 사회적 참사를 외면하거나 5·18 왜곡에 소극적인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9일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피해자인 김 의원이 나서 공수처 출범의 부당함 및 위법성을 알리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울산시장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고 상대 후보이자 당시 울산시장이던 김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경찰 수사를 지시하는 등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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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민주당에 발언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이날 자정까지 혼자 발언대를 지켰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목 보호 스프레이와 안약을 챙겼다. 생리현상 해결을 위해 기저귀도 착용했다고 한다.

한편 한때 범여권으로 분류됐던 정의당은 이날 민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전날 김남국 의원이 낙태죄 관련 공청회에서 “남성의 인식이 알고 싶다”고 발언한 걸 정의당이 비판하는 논평을 내자 김 의원이 바로 정의당 대변인에게 전화해 “정의당이 하는 건 돕지 않겠다”는 취지로 9분간 항의 발언을 했다면서다. 정의당은 “집권당 의원으로서 믿기 어려운 갑질이자 협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의 사과 요구였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정무위의 안건조정위에선 정의당의 요구(전속고발권 폐지)대로 했다가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되살려 통과시킨 걸 두고도 정의당은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뒤통수를 내리친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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