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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편만 든 여당…해고자 가입 넣고, 직장점거 금지는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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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공정거래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종택 기자

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공정거래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종택 기자

‘노동조합이 움직이는 경영, 노조에 의한 경제, 노조를 위한 사업장’.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조 3법’의 평가다. 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의 통과로 노조의 힘은 막강해진다. 이 법을 적용하면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해고된 사람이 자신을 해고한 회사를 상대로 임금·단체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주지 못하게 한 규정은 삭제했다. 6급 이하 공무원만 노조 가입을 허용하던 규정이 삭제되면서 고위 공무원이라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노조3법 국회 본회의 통과 파장 #기업의 대체근로 허용 요청도 외면 #재계 “경영권은 허수아비가 됐다” #전문가 “노조 민원 해결형 법개정”

경영계에선 최소한의 방어권도 보장되지 않은 만큼 ‘주택 임대차 2법’처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대항권을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특히 대체근로 허용을 강하게 요청했다.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대체근로 조항이 빠졌다. 노조의 강한 반발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안에는 ‘시설점거 금지’와 ‘비종사자(해고자·실업자)의 사업장 출입제한’ 조항이 있었다. 노동계가 이런 조항을 문제 삼자 민주당은 별다른 논의도 없이 법안에서 뺐다. 총파업과 천막투쟁, 기습점거 투쟁 등 실력행사를 하는 ‘아군’을 끌어안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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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3법이 이날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뒤 경제단체는 잇따라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강한 유감’ ‘일방적’ ‘세계적 추세에 역행’이란 표현을 구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심각한 우려’ ‘무력감과 좌절감’ ‘세계 최하위 노사관계에 감당하기 힘든 기업 부담’ 등으로 충격을 표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권은 허수아비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비교적 조용하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현행 2년→3년) 조항이 폐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정도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최대 3년’으로 바꿨다.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든, 2년으로 하든 상관없다는 의미다. 사실상 노동계의 뜻을 반영했다.

특히 실업자의 노조 가입은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노조 조직률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직 상태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기업별 노조에 가입해 투쟁하며 이익을 관철하려 들어도 기업으로선 막을 도리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청와대가 내세운 한국판 뉴딜의 ‘끝판왕’이 결국은 ‘노조판 뉴딜’이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위상도 추락했다.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용부는 여당을 측면 지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설점거 금지와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제한 조항 삭제 등에 고용부가 동의했다”고 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된 노조법은 대등성과 균형성을 완전히 허물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기본권은 보장하면서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시정할 기회로 삼아야 했는데 노조의 민원 해결형 법체계로 흘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은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연구개발(R&D) 업무에 한해선 선택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3개월로 늘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김도년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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