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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꾼 당국 "항원검사"···26% '깜깜이 감염' 잡을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경기도 수원시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는 조치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 방역취약시설에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만 명이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의 키트를 기증한다. [연합뉴스]

9일 경기도 수원시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는 조치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 방역취약시설에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만 명이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의 키트를 기증한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일일 확진자가 700에 육박한 가운데, 방역 당국이 지난 7일 ‘신속 항원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9월 “유전자 증폭 방식(PCR)만으로 대응해도 충분하다”던 입장이 3달 만에 바뀐 것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환자’가 느는 등 검사(Test)- 추적(Tracing)-치료(Treatment)로 이어지는 ‘3T’ K-방역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신속한 대량 검사가 필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감염경로 불분명 26%…대량 검사 필요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항원 검사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공항 입국장이나 요양 시설 등에서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PCR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만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당시 방역 당국은 항원검사의 도입 필요성을 일축하며 “만약 (국내에서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코로나19가 광범위하게 확산해 PCR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게 되면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수능 감독관 코로나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19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수능 감독관 코로나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19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로부터 3달이 흐른 지금, 방역 당국은 그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확진자는 전체의 26%에 달한다. 검사자 중 확진자 비율도 4%로, 지난달보다 4배(10~11월 1%대→12월 4%대)나 늘었다. 이전에는 감염 경로를 따라 추적해 접촉자를 골라낸 뒤 검사를 했기 때문에 PCR로도 충분했다면, 이제는 확진자가 나온 집단을 빠르게 전수조사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신속 항원진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요양시설, 격ㆍ오지, 응급실 같은 활용성 높은 쪽부터 접근해 점차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30분 내외 빠른 시간에 진단 가능

항원진단 외에 항체진단도 30분 내외의 빠른 시간에 진단이 가능하다. 쉽게 얘기하면 ‘항원’은 바이러스 등 인체에 들어온 침입자고, ‘항체’는 이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체계가 만드는 물질이다. 항원진단은 진단키트에 항체를 발라 검체에 항원이 있는지 판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항체 진단은 진단키트에 항원이 들어가 있어 검체에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사람의 몸에는 항체가 생기는데, 이 유무를 판별하는 것이다. 단 감염 초기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검사 결과가 엉뚱하게 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해외에서도 실시간 환자를 판별할 때보다는 주로 감염 규모를 확인하거나 역학 조사를 할 때 쓰인다.

항원진단은 빠른 속도가 주 무기인 대신, 검사의 정확성을 판별하는 민감도ㆍ특이도가 PCR보다는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PCR은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95% 이상인데, 한국과 같이 진단 장비 및 인력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99%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반면 항체ㆍ항원 검사는 약 50% 수준부터 90% 수준까지 민감도와 특이도가 천차만별이다. 만약 민감도가 50%라면, 100명을 검사하면 확진자 50%는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초반보다 민감도·특이도 개선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항원진단 키트도 초반보다 민감도나 특이도가 개선된 상황이다.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성능시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민감도는 90%, 특이도는 96% 정도다. 현재 하루에 150만명분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7개 제품이 국내 정식허가를 받기 위한 심사 단계에 있다. 신속 항원 검사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이상 긴급사용승인 등으로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키트 제품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긴급사용승인 대상은 PCR 제품에 한정돼있다.

오기환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전무는 “항원진단 키트도 긴급사용승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며 “국내 판매에 대한 트랙 레코드(이력)를 통해 수출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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