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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5만원에 끝내는 ‘플랜테리어’…슬기로운 집콕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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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정아의 식(植)세계 이야기(8)

추워진 날씨와 코로나 3차 유행까지 겹쳐 서울이 멈춘 요즘 대부분의 도시 거주자들은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WHO(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선언한 후,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는 환기를 위한 창문 열기가 꺼려진다. 공기청정기와 값비싼 필터의 잦은 교체만이 도시 거주자의 호흡기를 지켜주는 시대인 걸까?

식물이 공기 정화를 제대로 하려면 140제곱미터(약 42평) 공간에 화분 6백개이상이 필요하다는 미국 드렉셀대의 연구 발표로 공기청정기 회사의 주가는 오르고, 공기정화식물의 신화는 끝났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에 집에 식물을 들이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indoorplantstyling'로 검색한 식물인테리어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indoorplantstyling'로 검색한 식물인테리어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무엇보다도 시야가 편안해지는 초록빛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 합성어)는 실내에 싱그러움과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실내 식물이 정서적 안정과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역시 언제든 뒤집힐 수는 있다. 하지만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은 가드너들 자신이 검증할 수 있는 것.

연말연시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해 집에 식물을 몇 가지 들여보는 건 어떨까. 가장 먼저 실내에서 키워볼만한 식물은 야자 종류와 고사리 종류. 야자 종류와 고사리 종류는 여전히 많은 연구에서 플라스틱이나 염료, 담배연기, 자동차 매연, 목재접착제 등에서 나오는 벤젠, 폼알데히드,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을 부분적으로 흡수한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하지만 이런 능력보다 더 큰 이들 식물의 미덕은 초보자도 키우기 쉽고, 가격은 착하다는 것이다.

서울식물원 열대관의 대형 야자 나무들. [사진 김정아]

서울식물원 열대관의 대형 야자 나무들. [사진 김정아]

야자는 몬스테라와 더불어 크고 시원시원한 잎으로 거실에 두면 열대 분위기를 내주는 대표적 플랜테리어 식물이다. 어느 정도 잎이 자란 중품도 1,2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대나무 야자와 아레카 야자, 테이블 야자 등은 특히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먹어도 해가 없어서 실내 식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식물의 독성에 관한 자료는 ASPCA (미국동물학대방지회)에 천가지가 넘는 식물 리스트가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표] 반려동물에 해로운 식물, 무해한 식물 표. [자료 aspca]

[표] 반려동물에 해로운 식물, 무해한 식물 표. [자료 aspca]

고사리 종류는 걸이 화분에 넣고 공중에 매달아 두면 공간 절약도 되고 예쁜 잎을 매단 줄기들이 늘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선이 실내에 포인트를 준다.

보스톤 고사리와 잎에 푸른 빛이 도는 블루스타고사리 등은 물주는 것만 잊어버리지 않고 건조한 계절에 종종 분무해주면 초보자도 풍성하게 잘 키울 수 있는 ‘순둥이’. 화훼단지에 가면 3천원 정도부터 살 수 있고 아주 풍성한 대품도 2,3만원 정도이다. 역시 반려동물에 해가 없다.

아이비 역시 실내 공간에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키우기 좋은 식물중 하나. 창가에서 햇빛을 보게 해주면 금방 풍성하게 자란다. 요즘은 무늬가 있는 다양한 아이비들도 눈에 뜨인다. 플랜테리어가 멋진 공간을 보면 아이비나 보스톤고사리를 벽에 걸어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고사리, 아이비, 틸란드시아, 호야 종류는 공중에 거는 행잉플랜트로 잘 자란다. [사진 김정아]

고사리, 아이비, 틸란드시아, 호야 종류는 공중에 거는 행잉플랜트로 잘 자란다. [사진 김정아]

스파티필럼은 화장실에서도 꽃을 피울 정도로 빛이나 통풍에 까다롭지 않다. 반려동물에는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 화장실이나 부엌 공간에서도 많이 키운다. 화훼단지에 가면 2천~3천원에 살 수 있다.

어울리는 화분에 심은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통인동 노가든과 영등포 그린포레스트. [사진 노가든, 그린포레스트 인스타그램]

어울리는 화분에 심은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통인동 노가든과 영등포 그린포레스트. [사진 노가든, 그린포레스트 인스타그램]

겨울이어도 식물을 사는 건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원예업체나 농원들이 인터넷 온라인스토어를 열고 있다. 원예 화훼 업체를 모아 놓은 심폴, 엑스플랜트 등 오픈마켓 사이트도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을 수도 있지만, 추위에 강한 식물이 아니라면 자칫 냉해를 입을 수 있다.

마스크와 니트릴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주거지 근방의 화훼단지에 가보면 대개는 한적해서 여유있게 구경하면서 식물을 고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양재화훼공판장이나 용인에 있는 남사화훼단지, 경기북부 화훼단지 에 가면 저렴하고 다양한 식물을 구경하고 살 수 있다. 부산 미래화훼단지 등 각 지역에도 큰 규모의 화훼단지들이 있다. 4,5만원이면 대나무 야자와 아레카 야자, 아이비와 고사리 등을 한번에 들고 오기 힘들 정도로 식물쇼핑이 가능하다. 최근 연말 연시 분위기에 어울리는 포인세티아가 전통적인 빨간 색이외에 분홍색, 살구색 등으로도 다양하게 나와서 구경해볼만 하다.

동네 꽃집이나 화원은 인터넷이나 화훼단지에서 식물을 사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식물관리요령을 들을 수도 있고 요청시 분갈이를 해주기도 한다. 또 화원에서 식물에 잘 맞고, 실내공간에도 어울리는 예쁜 화분에 심은 식물을 배치한 걸 눈여겨 보고 집에서 응용하는 플랜테리어도 시도해볼 만 하다.

집에 데려온 식물은 유리병에 물을 담아 수경으로 키우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상토가 담긴 화분에서 키워야 잘 큰다. 거실에 둔 커다란 잎의 야자와 벽 선반에 늘어뜨린 몇 개의 고사리와 아이비 화분은 코로나로 여행 가기 힘들어진 열대와 아열대의 휴양지 분위기를 내줄 것이다.

수도권이 멈추고 집안에서 보내야 하는 2020년 겨울, 힘들게 달려온 모두가 실내의 초록 식물에서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전 금융투자협회 상무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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