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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보석 탄원서 써주면 8억 갚겠다”…피해자들은 "황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에서 보석이 기각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보석 탄원서를 써주면 8억원을 우선 변제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 피해자 측은 거절했다.

8일 김 전 회장 측의 변호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지난달 초 라임의 피해자 중 일부에게 피해금 일부를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구체적으로 약 8억원 정도를 먼저 갚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1조6000억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 사태의 주범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나는 라임 사태의 몸통이 아닌 곁가지”라며 "라임 사태의 피해액은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임 피해 우선 변제 제안했던 김봉현

라임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소 접수를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라임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소 접수를 위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김 전 회장이 자신이 라임사태의 '곁가지'라며 검찰의 공소장을 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실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 사건 관련 횡령·사기·정치자금법 위반 등 9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인수하려 했던 수원여객에 대한 횡령·업무방해 등 5가지 혐의도 있다 (표 참조).

검찰이 제기한 김봉현 전 회장의 혐의. 그래픽 신재민 기자

검찰이 제기한 김봉현 전 회장의 혐의. 그래픽 신재민 기자

김 전 회장은 "검찰이 기소한 14가지 범죄의 피해자는 라임 투자자가 아닌, 스타모빌리티·향군상조회·수원여객운수·S자산운용·T사 등"이라며 "결국 나의 횡령·사기 혐의로 발생한 피해액 중 라임 투자자와 관련된 돈은 192억원뿐"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이 라임 피해자들에게 8억원 우선 변제안을 낸 건, 총 피해액 192억원 중 그만큼만 우선 갚겠다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리고 8억원을 우선 변제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보석 신청에 동의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피해자 측 “말로만 변제하겠다고 제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에서 나오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에서 나오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하지만 라임 피해자 측은 "김 전 회장 주장을 받아들여도 8억원은 라임 피해액(192억원)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언제 갚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임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피해자의 금전적 손실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면 김 전 회장 측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며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마련할지 설명하는 대신 말로만 변제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의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김 전 회장이 낸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이 판단이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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