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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황새 되살린 사육장, 그 500m 앞에 ‘30만평 산단’ 허가

중앙일보

입력

“대기오염, 황새 번식률 떨어뜨릴 것” 

지난 4월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인근의 자연부화한 황새둥지에서 암컷황새가 사냥을 떠나고, 수컷(뒤쪽)은 새끼를 돌보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국내산은 모두 멸종, 한국교원대에서 해외 반입종으로 복원했고, 2016년 첫 자연방사 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인근의 자연부화한 황새둥지에서 암컷황새가 사냥을 떠나고, 수컷(뒤쪽)은 새끼를 돌보고 있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는 국내산은 모두 멸종, 한국교원대에서 해외 반입종으로 복원했고, 2016년 첫 자연방사 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대가 조성한 황새 사육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산업단지 건설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주시 강내면 일원 100만㎡ 산단 개발 승인 #교원대 “환경훼손…입지 재검토하라” 우려 #“1㎞ 이격이라도” 요청도 “수익성 저하” 거부

 9일 교원대에 따르면 청주시는 지난달 20일 흥덕구 강내면 일원에 조성되는 100만㎡ 규모 ‘청주 하이테크벨리 일반산업단지’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민간 사업시행자가 2023년까지 2360원을 들여 부지를 개발하고, 화학·바이오·자동차·제지 등 제조업체를 유치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교원대는 ‘황새 대부’로 불리는 박시룡 전 교수 주도로 1996년부터 국내에서 멸종된 황새 복원에 힘썼다. 2002년 국내 처음으로 황새 인공 번식에 성공한 이후 예산 황새공원으로 옮긴 개체를 포함해 200여 마리를 증식했다. 황새는 환경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는 47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이들 황새의 연간 번식률은 전체 개체 수의 10%(4.7마리) 정도다.

 교원대 측은 새로 들어설 청주 하이테크벨리 산단이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직선거리로 554m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환경오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수경 황새생태연구원 박사는 “산단 입주 업체 중에 유독 물질을 배출하는 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어 주변 대기오염이 걱정된다”며 “대기가 오염되면 생태 변화에 예민한 황새가 더는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황새 사육장은 천장이 뚫린 형태여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공원에서 직선으로 554m 떨어진 곳에 '청주 하이테크벨리'(빨간선) 산업단지가 조성 예정이다. [사진 교원대]

한국교원대 황새생태공원에서 직선으로 554m 떨어진 곳에 '청주 하이테크벨리'(빨간선) 산업단지가 조성 예정이다. [사진 교원대]

 앞서 교원대는 청주시와 사업시행자에게 산업단지와 사육장의 이격거리를 1㎞ 이상 떨어뜨릴 것과 화학물질 배출 업종을 제외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산업단지 경계에 조성하는 완충녹지 폭을 50m에서 100m로 늘리는 방안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했으나 ‘녹지를 늘리면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교원대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교원대 측은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소음으로 인해 황새 번식률이 떨어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황새생태연구원 문성채 연구원은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한 화학물질이 황새의 생식기 등에 악영향을 줄 경우 번식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산업단지 위치를 조정할 수 없다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녹지공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고 했다.

 교원대는 2018년부터 문화재청과 충북도·청주시에서 48억원을 지원받아 내년까지 황새생태연구원을 리모델링한다. 20년이 지난 사육장을 보강하고, 황새 복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지휘하는 연구·교육동을 짓는 내용이다.

 김수경 박사는 “대규모 예산을 들여 황새 사육장을 보수하고 있는 와중에 산업단지 조성 소식을 들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황새 복원의 산파 역할을 해 온 황새생태연구원이 산업단지 개발사업으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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