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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42일, 트럼프는 뭘 할까···‘4년뒤 기약’ 수상한 꿍꿍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면서 당선을 확정 지은 지 7일(현지시간)로 한 달이 지났다.

트럼프, 바이든 취임식 1월 20일까지 42일 남아 #이란 공습, 대중국 고율 관세등 제재 강화 가능성 #미국 우선주의 추진, 바이든 어렵게 만들 의도도 #측근 "트럼프는 그림자 대통령, 킹 메이커 할 것"

이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불복을 이어가는 와중에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국방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국장을 해임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는 공화당 주지사들을 공격하면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측근을 사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2일 뒤인 내년 1월 20일 퇴임한다. 남은 기간 국내적으로는 부정 선거를 계속 주장하면서 공화당을 장악하고 차기 대선 출마를 포함해 다음 행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이란을 추가로 압박하는 등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공약을 풀어나가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손을 묶고,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간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란 핵 합의를 재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지난주 이란 최고 핵 과학자가 암살당한 상황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과 맺은 합의가 지나친 유화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해 독자적으로 제재를 강화했다.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이스라엘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이란 핵합의 재개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이번 공격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사잡지 포브스의 스티브 포브스 편집인은 팟캐스트에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참모들과 논의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핵 과학자 암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이란을 공습할 수 있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멀렌 전 합참의장은 NBC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언급하며 “50~60일 동안 건설적인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로 파괴적인 일은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중국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미ㆍ중 대치 국면을 한 단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일 중국 최대 반도체회사 SMIC(중신궈지)와 중국해양석유(CNOOC) 등 중국 기업을 중국 인민군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회사로 분류해 미국인 투자 금지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 또 미 회계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퇴출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미 상ㆍ하원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다.

설리 유 런던정경대 방문학자는 CNN에 “이 법안은 의회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서명하면 차기 행정부에서 뒤집기 어렵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ㆍ중 무역 전쟁을 격상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 1차 무역합의 때 중국이 약속한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목표를 아직 채우지 않았는데, 약속 위반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추가로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되, 협력도 하겠다"고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시작부터 꼬일 수 있다. 미ㆍ중 갈등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임기 초반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지 못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뒤 대선에 재도전하거나 공화당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선거가 조작됐다면서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약화할 수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를 등에 업고 공화당을 장악하고, 2024년 대선 출마를 포함해 여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은 “트럼프는 킹메이커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후보에는 자신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레이엄은 디 애틀랜틱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그림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이 하는 일에 반대하면 공화당 의원들이 초당적 지지를 보내기 어려워지고, 그가 공개 지지를 하면 바이든이 일하기가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불복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소송 비용 조달 등을 이유로 선거 이후에도 지지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은 11월 3일 대선 이후 모두 2억 750만 달러(약 2250억원)를 추가로 모았다.

이 자금 사용처로 트럼프 대통령 여행 경비와 공화당 선출직 출마자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자금이 부족한 출마자들이 트럼프에게 의존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다만, 공화당 소속 정치인 모두 트럼프를 두려워하거나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더그 두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 전화가 울리는데 받지 않고 차단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 전화벨 소리를 대통령 의전곡인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대통령 전화를 '씹은'게 공개됐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거부하고 조지아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1만 2000표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는 선거 결과를 승인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먹히는 이유는 현직 프리미엄 때문이지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과 현재 공화당에서 트럼프와 견줄만한 '근육'을 가진 후보가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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