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정배의 시사음식

김치와 파오차이

중앙일보

입력 2020.12.0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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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정배 음식평론가

박정배 음식평론가

지난달 24일 중국의 ‘파오차이(Paocai·泡菜)’ 제조법이 ISO(국제표준화기구)에 등재됐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가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란 문장을 사용해 기사화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치(Kimchi)는 이미 2001년 식품계의 최고 기구인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국제 규격을 인증받은 식품이다. 1994년부터 일본의 ‘기무치’(kimuchi)가 CODEX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하려는 것에 맞선 김치·기무치 전쟁의 결과였다.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국제적으로 수입·수출을 위한 검사규격을 통일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식품 분야에서는 CODEX가 규격으로 자리 잡았다.

환구시보의 오보는 왜 나왔을까. 첫째, 중국인은 한국의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르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파오차이의 70%가 쓰촨성(四川省)에서 난다. 이번에 ISO 인가를 주도한 곳은 쓰촨의 메이산(眉山)이다. 메이산은 파오차이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파오차이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중국은 2001년부터 메이산에 대규모 파오차이 생산시설을 들여놓고 있다.

김치 중앙포토

김치 중앙포토

둘째, 야채를 담가 먹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은 김치의 CODEX 등록이나 2013년 김장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부러워한다.

셋째, 김치 종주국 한국에 대한 수출 김치의 99%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환구시보의 의도된 듯한 오보는 역사와 제조기술에서 뒤질 게 없다는 자부심과 경제발전을 기반으로 한 문화의 힘에 대한 인식이 더해진 결과로 읽힌다.

파오차이는 다양한 야채를 끓인 뒤 소금물에 넣고 맵고 얼얼한 맛의 고향인 쓰촨답게 화자오(花椒)·생강·마늘 등을 첨가한 음식이다. 우리의 물김치와 유사하다. 한국 김치는 배추김치가 주를 이룬다. CODEX 규격에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마늘·생강·파·무 등으로 만들어진 혼합 양념으로 버무려 발효시킨 제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ISO 인가의 파오차이는 단순한 채소절임인 피클류가 아닌 염장발효야채(salted fermented vegetables)로 명기돼 있고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 (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고 부가 설명을 달았다. 염장발효야채에는 우리의 동치미나 장아찌가 들어가는데 CODEX 규격에는 배추김치만 있다는 점은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에게 김치는 배추김치만이 아니다. 2004년 출간된 『김치백과사전』에는 일반 김치(2400여종), 장아찌(680여종), 겉절이(50여종)가 나온다. 우리 김치는 복합 발효를 거친 최고의 음식이라는 국뽕식 반응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때다. 김치의 인정 투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박정배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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