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조제는 차가운 새벽, 한국판은 동이 튼 따뜻한 느낌”

중앙일보

입력 2020.12.09 00:03

업데이트 2020.1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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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화 ‘조제’에서 배우 남주혁(오른쪽 사진)과 두 번째 호흡 맞춘 한지민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눈빛으로 전해야 할 감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제’에서 배우 남주혁(오른쪽 사진)과 두 번째 호흡 맞춘 한지민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눈빛으로 전해야 할 감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주혁씨는 꾸밈없고 맑고 투명하죠. 장난치면서 거짓말할 때도 얼굴에 다 드러나요. 잘 숨길 수 없는 게 매력이자 앞으로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에요.”(한지민)

내일 개봉…한지민·남주혁 주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리메이크
장애여성과 대학생의 애틋한 사랑
한 “집안에 휠체어 두고 타는 연습”
남 “2000년대 초반 한국 멜로 섭렵”

“지민 선배님은 옆에서 보면 혼자 걷지 않게 사람들의 발을 맞춰주는 느낌이 있어요. 저뿐 아니라 작업한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란 점이 조제와 닮았죠.”(남주혁)

지난해 시상식을 휩쓴 드라마 ‘눈이 부시게’(JTBC)에 이어 새 멜로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로 다시 뭉친 배우 한지민(38)·남주혁(26)이 4일과 7일 각각 화상 인터뷰에서 들려준 얘기다. 서로를 향해 순수하게 감탄하는 모습이 영화 속 캐릭터에 슬며시 겹쳐졌다.

10일 개봉하는 ‘조제’는 선천적 다리 장애를 갖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던 조제와, 우연히 그와 만난 대학 졸업반 영석의 가슴 저린 사랑을 그렸다. 동명 소설에 바탕해 일본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끈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리메이크했다.

한예리 주연 로맨스 영화 ‘최악의 하루’(2016), 아이유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밤을 걷다’(2019) 등을 만든 김종관 감독이 이번 한국판 메가폰을 잡았다.

예전부터 김 감독과 협업을 바랐다는 한지민은 10여년 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여운이 강해 겨울이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멜로였다. 연인 간 이야기지만 이별이 관계의 끝이 아닌 또 하나의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끌렸다”고 했다.

영화 ‘조제’에서 배우 남주혁(오른쪽 사진)과 두 번째 호흡 맞춘 한지민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눈빛으로 전해야 할 감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제’에서 배우 남주혁(오른쪽 사진)과 두 번째 호흡 맞춘 한지민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눈빛으로 전해야 할 감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주혁에겐 이번이 두 번째 영화다. ‘눈이 부시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최근 종영한 tvN ‘스타트업’ 등 드라마 주연작은 많지만 영화 출연은 데뷔작 ‘안시성’(2018)이 유일했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는 그는 지난달 ‘조제’ 제작발표회에서 “촬영때 영석의 마음이 올라온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원작이 차갑고 푸르스름한 새벽, 해 뜨기 직전의 느낌이라면 저희 영화는 차가운 새벽은 똑같지만 이제 막 따뜻한 해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원작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김종관 감독님만의 ‘조제’에 기대가 커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12살 차이가 나면서 일본 영화와 달리 연상연하 설정이 생겼다. 영석의 어색한 존댓말이 웃음 버튼이 되기도 한다. “동네 청년처럼 평범함을 담으려 했다”는 남주혁은 “날 것 같은 연기를 하려고 다큐멘터리나 2000년대 초반 한국 멜로작품을 다 찾아봤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촬영하러 가본 적도 있단다. 한지민 역시 다리가 불편한 조제에게 익숙해지려 집안에 휠체어를 두고 연습하고, 자신의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손대지 않고 드러내며 메이크업으로 거친 피부와 잡티, 각질 따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산책길에, 좁은 잠자리에, 마주 앉은 밥상에 깃든 일상의 사랑을 빚어냈다.

실시간 연애담이라기보단 이별 후 추억담처럼, 사랑의 순간들을 세밀화처럼 정성껏 그려내 이어나간다. 정작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아픈 상처, 이별의 장면들은 짧게 짧게만 묘사해 관객이 극 중 맥락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든다. 한지민은 “이별하더라도 그로 인해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명확한 이유를 담지 않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민은 “저는 남녀 사이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겁내고 익숙해지는 데 좀 느린 편인데 돌이켜보면 후회 없을 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다”고 했다. 올해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조제가 더 많이 떠올랐다는 그는 “요즘은 누가 옆에 있어도 많이 외롭다. 나를 많이 비우고 있다”면서 “꿈과 목표가 늘 지금, 현재, 여기를 살자다.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집착했는데 요즘은 지나고 나면 없어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고 지금을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촬영을 마치고 코로나19 속에 개봉 일정을 어렵사리 정했다. 남주혁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떻게 얘기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안전하게 저희 영화 즐기시고 보신 분들에겐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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