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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ㆍ朴 사과‘ 김종인 노림수는…뉴페이스를 위한 공간 확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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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 대립이 거세다. 중앙포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 대립이 거세다. 중앙포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강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돌발 변수에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감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원외 당협위원장 물갈이 때문이다.

특히 대국민 사과를 놓고서는 당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격돌하고 있다. "뜬금포"라며 김 위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던 배현진 의원(원내대변인)은 8일에도 페이스북에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는데,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뜨내기의 변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4년간 폭정을 받아들이자는 굴종”이라고 했고, 친이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상임고문도 유튜브 방송에서 “사과는 당을 민주당에 갖다 바친 김 위원장이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4선의 박진 의원은 이날 “모두의 생각이 다르지만, 잘못에 대한 반성은 보수의 참모습”이라고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지난 총선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주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또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조수진 의원은 “제1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반성도, 책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 폐족 선언’은 9월 정기국회 전에라도 해야 했는데 지나치게 늦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날 오후 김상훈·박대출·윤영석·윤재옥·이채익 등 국민의힘 3선 의원 13명(이종배 정책위의장 제외, 하태경 의원은 대국민 사과 찬성)이 비대위원장실로 몰려가 “대국민 사과를 꼭 해야겠다면 시기라도 조정해달라”고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당협위원장 교체도 시끄럽다. 7일 당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원외 당협위원장 138명 중 49명에 대해 ‘교체 권고’를 결정해서다.  교체 명단엔 민경욱ㆍ김진태ㆍ전희경 전 의원 등 인지도 높은 인사가 다수 포함됐는데, 당내에선 “강성보수 색채를 지울 기회”라는 진단과 “전투력 높은 인재를 스스로 내쫓는다”는 반발이 엇갈렸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로 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실로 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박주민 의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와 당협 물갈이를 갑자기 꺼내 든 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임기 초부터 당이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짚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8월 당무감사위를 구성해 당협을 대폭 손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당력을 모아야 할 시기에 사과와 물갈이를 밀어붙이는 건 당의 분란만 가중하는 악수(惡手)”라며 “이미 탄핵 국면에서 당 지도부가 무릎까지 꿇었는데, 김 위원장이 무슨 자격으로 또 사과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중진은 “의총 등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할 시기에 당의 균열을 초래하면 자칫 김 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치 9단'인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국민 사과 등을 밀어붙이는 것은 단순히 당 장악력 강화 이상의 노림수라는 관측이다. 당내 중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점 찍어 둔 ‘뉴 페이스’를 위해 정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대국민 사과와 당협위원장 교체는 ‘이명박ㆍ박근혜 콤플렉스’를 벗어나 중도층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며 "TK의 반발이 나올 순 있지만, 4개월 남긴 서울시장 선거 측면에선 유효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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