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없어!" 윤호중, 왼손으로 의사봉 주워 공수처법 '탕탕탕'

중앙일보

입력 2020.12.08 12:38

업데이트 2020.12.08 16:07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 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지금 토론을 진행할 수가 없잖아! 이 법안에 찬성하시는 의원님들은 기립해 주십시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손바닥으로 가결할 뻔했다. 기습 상정된 개정안 통과를 막고 의사봉을 빼앗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뚫고 ‘기립 표결’을 주문했다가 벌어진 일이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검사 출신인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가 고성을 지르며 윤 위원장에게 매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5분쯤 공수처법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기습 상정했다. 당초 전체회의에서는 낙태죄 관련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갑작스레 이뤄진 상정과 민주당 측 제안설명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단체로 일어나 항의했고 반대 토론을 신청한 전주혜 의원이 “오늘 회부된 안건은 완결되지 않았다”고 소리쳤지만, 그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니까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하더니 “지금 토론을 진행할 수 없잖아, 토론을 진행할 수가 없잖아!”라고 두 번 소리친 뒤 기립 표결을 주문했다. 백혜련, 박범계, 김종민, 박주민, 송기헌, 소병철, 신동근, 최기상, 김남국, 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10명)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원팀’처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원장을 제외한 법사위원 17명 중 11명 찬성이었다.

오른손잡이의 ‘왼손 의사봉’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표결 결과 과반 찬성으로 법안이 의결되었다”고 선포하는 윤 위원장의 오른팔을 주호영 원내대표가 붙잡자 윤 위원장은 “왜 이러세요”라며 밀치다 의사봉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다 겨우 주변을 뿌리치고 왼손으로 의사봉을 다시 잡아 ‘탕, 탕’ 세 번 내리쳤다. 단체로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는 “오늘부터 법사위는 없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법 마음대로 바꾸라”(장제원), “더불어 독재한다. 위원장이 사과도 하지 않는다”(조수진)는 울분이 터져 나왔다.

정부 측 자리에서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가결 선포 직후 슬그머니 회의장을 빠져나와 대기실로 향했다. “검찰개혁”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가 딱 한 차례 입을 열고 한 말이 이랬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주세요.”


김도읍 의원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모두 명패를 떼고 윤호중 (위원장)에게 반납했다. 민주당이 다 책임지고 심판받으라.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에서 ‘민주’를 빼야 한다”고 항의했다. “어제는 거수로 하더니 오늘은 기립으로 했다. 오늘도 역시 공산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폭거를 자행했다”라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국무회의 직후 국회로 이동해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김상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국무회의 직후 국회로 이동해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김상선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시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 기준을 ‘의결정족수의 3분의 2 이상’으로 완화하고,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을 현행 변호사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는 ‘김용민안’이다. 여야는전체회의 직전(오전 9시) 열린 공수처법 안건조정위(6명)에서 ‘밀실 논의’ 등을 놓고 한 차례 충돌했다. 비교섭단체 몫 ‘캐스팅보트’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가져가면서 안건조정위는 1시간 30여 분 만에 4대2로 찬성 의결됐다.

의결정족수를 6명→3분의 2로 바꾼 김용민안은 기존 공수처법에 설치했던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백혜련 의원은 안건조정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결정족수 내용에 다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회의 기습상정 직후 “(개정안은) 고위 공직자 수사 인력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중견 변호사 중 공수처 검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정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재판·수사 조사 실무경험 5년’이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에서 삭제됐다. 경험이 없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 변호사 7년만 채우면 언제든 공수처로 갈 수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우리가 우려한 ‘추미애 검사’가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고속도로를 놔준 거다.”

민주당은법사위에서 이날 오후 상법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 및 전체회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심새롬·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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