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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공수처 대전에 철야 농성, 안에선 '박근혜 사과' 균열…국민의힘 시끌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8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8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일방 처리에 반발해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며 밤을 지새운 국민의힘은 별다른 소득 없이 시끄러운 아침을 맞았다. 밖으로는 쟁점 법안이 있는 상임위원회마다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고, 안에선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논쟁으로 내분이 일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공수처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가 예상되자 의원들을 법사위 회의장 앞으로 불러 모았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비상의원총회를 연 뒤 “오늘 쟁점 법안이 있는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폭거를 자행할 것 같다”며 “그런 상임위마다 의원들이 가서 항의하고, 저지하고, 최선을 다해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강경 투쟁을 예고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7일 밤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교대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9일 본회의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회기를 바꿔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곧장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뉴스1

국민의힘 장외투쟁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을 통해 “합법적 수단으로 막지 못하면 의사결정 전면 거부와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삭발이나 단식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김종인 뜨내기냐”…내부 분열

여야 대립과 별개로, 국민의힘 내부도 들끓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있었던 잘못에 대해 조만간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전날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 138명 중 49명을 교체하라고 비대위에 권고한 것도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이날은 ‘뜨내기’와 같은 수위 높은 발언도 나왔다. 전날 한차례 김 위원장을 비판했던 배현진 의원은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김 위원장은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며 배수진이랄 만큼 위협적이지도 않다”며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당의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추진하자, 당내에선 "더 잘못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당의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추진하자, 당내에선 "더 잘못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취지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키즈’로 불렸던 배 의원이 김 위원장을 저격하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같은 취지로 글을 올렸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굴종의 길이라고 이미 말했다”며 “민주당 재집권의 정당성만 부여해 주는 이적 행위에불과하다. 직을 건다는 말도 너무 가볍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 참석해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안주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라며 “목표한 바를 꼭 실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당이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으려는 노력에 다 같이 협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조수진 의원은 “제1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건 반성도, 책임도, 부끄러움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섣부르다느니, 잃을 게 많다느니 반대만 해선 '영원한 폐족'이 될 뿐”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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