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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5억인데 반값에 되팔아야”…시범단지에 환매조건부 주택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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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조건부 주택을 주장해온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로또 분양 시세차익 환수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환매조건부 주택을 주장해온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로또 분양 시세차익 환수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 휴먼시아 5단지. 2010년 완공한 74~84㎡(이하 전용면적)의 415가구로 이뤄져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불로소득 환수 방안으로 주장해온 ‘환매조건부 주택’ 시범 단지다. 환매조건부란 싸게 분양받는 대신 공공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되파는 조건이다. 시세차익을 당첨자와 공공이 공유하는 식이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주장 '환매조건부 주택' #군포 부곡지구서 시범사업했으나 참패 #환매 기간, 분양가, 환매 가격 관건

2007년 분양 때 일반 공공분양보다 2000만원가량 싸게 분양했다. 20년 안에 팔 경우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시세가 아닌 금리 등을 적용한 금액으로 환매해야 한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이 0.1대 1에 그쳤고 추가 모집에서도 최종적으로 92%가 미분양됐다. 미분양분은 가격을 좀 더 높여 일반분양했다. 환매조건부 계약을 한 나머지 가구도 일반분양으로 변경했다. 시범단지에 환매조건부 주택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로또 분양 '선 환수' '후 환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분양’이 사라질 전망이다. 변 후보자의 국토부 장관 내정으로 로또 시세차익 환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범단지 실패에서 나타났듯 본격적으로 추진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군포 부곡지구 환매조건부 아파트의 환매특약등기. 모두 일반분양으로 바뀌면서 없어진다.

군포 부곡지구 환매조건부 아파트의 환매특약등기. 모두 일반분양으로 바뀌면서 없어진다.

많게는 10억원 이상인 로또의 당첨자 독점을 둘러싼 논란이 거셌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매 제한 강화(최장 10년)로 논란을 덮었다. 전매 제한은 장기간 팔지 못하게 해 시세차익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실현을 늦출 뿐 공공으로 환수하지는 못한다.

시세 차익의 환수 방법은 두 가지다. 분양 때 환수하거나 매도 때 하는 것이다. ‘선 환수’로 꼽히는 게 2006년 판교신도시 등에 적용됐다가 없어진 채권입찰제다. 이는 주변 시세의 일정 비율(판교 90%, 이후 80%)과 분양가 간 차액을 채권으로 사게 했다. 당첨자가 실제로 납부하는 분양대금은 분양가에 채권매입가격을 합친 금액으로 판교의 경우 주변 시세의 90%였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현실화율을 높여 청약 과열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2006년 8월 85㎡ 초과 청약경쟁률이 23대 1로 3월 85㎡ 이하(민영주택) 135대 1보다 아주 낮았다. 민영주택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 선이었다.

채권입찰제는 사실상 분양가를 올려 청약 문턱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채권입찰제에서도 분양 시점 기준으로 주변 시세 대비 10~20%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비싸 ‘현금 부자’가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시세차익을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거 채권입찰제는 85㎡ 초과만 대상으로 해 85㎡ 이하 시세차익은 환수하지 않아 형평성 지적도 받았다.

분양가 낮추고 시세차익 환수하지만  

매도 때 환수하는 ‘후 환수’의 대표적인 방법이 환매조건부 분양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시세보다 싸게 환매하는 대신 분양가를 일반 분양가보다 더 낮춘다. 분양가 인하와 시세차익 환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점이 부각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서민도 분양받을 수 있게 분양가를 낮추고 로또 분양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세차익도 환수할 수 방안으로 환매조건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환매조건부 주택은 미국·싱가포르·영국·호주 등 해외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2007년 1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개편 방안’으로 검토됐다. 당시 대책은 분양가 인하에 방점을 뒀다.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고 채권입찰제 상한액을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분양가에서 내부 마감재 비용을 빼는 마이너스 옵션제와 건축비만 받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했다.

부곡 시범단지의 실패 후 정부가 용역 의뢰한 평가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며 사업에 맥이 빠졌다. 이계안 옛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매조건부주택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군포 부곡 환매조건부 시범 아파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군포 부곡 환매조건부 시범 아파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범사업 평가단이 지적한 문제는 과도한 환매 기간과 비싼 분양가였다. 환매 기간 20년이 지나서야 시장에 시세대로 팔 수 있어 사실상 20년간 전매제한을 받는 셈이다. 정부는 택지비를 낮춰 분양가를 일반 공공분양보다 내렸지만 인하 폭이 7% 정도에 그쳤다.

과도한 시세차익 환수 우려도 있었다. 환매 가격이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과 공시가격 중 낮은 금액이었다. 부곡 시범단지에 적용하면 지난 10년간 정기예금 이자율이 33%이고 올해 공시가격이 분양가보다 3% 올라 공시가격이 환매 가격이 된다.

분양가가 2억5000만원인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2억6500만원이다. 시세가 4억9000만~5억원 정도다. 지난 6월 거래된 최고 실거래가가 5억원이다. 시세차익 2억5000만원 중 1500만원만 당첨자가 갖고 시세차익의 94%를 내놓아야 하는 셈이다.

이런 환매 가격 조건을 앞으로도 그대로 쓴다면 금리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면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도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시세차익이 별로 없는 셈”이라며 “집값 상승기에 앞으로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면 환매조건부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환매 가격 딜레마 

환매 가격이 관건인데 딜레마다. 환매 가격을 높이면 당첨자에게 없애려던 로또를 다시 만들어주는 것이고, 환매 가격을 낮추면 수요자가 꺼린다.

분양가는 택지비를 인하하면 시범단지보다 훨씬 많이 낮출 수 있다. 2014년 택지공급가격이 조성원가 기준에서 감정가격으로 바뀌면서 택지비가 많이 올라갔다. 최근 청약 돌풍을 일으킨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택지비를 감정가격에서 과거 기준인 조성원가 110% 수준으로 바꾸면 분양가가 3.3㎡당 2400만원 선에서 1400만원 정도로 1000만원가량 내려간다.

환매조건부 주택을 선택형으로 공급해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적기 때문에 일반 분양주택을 선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같은 지역에서 일반 분양주택과 섞어서 공급하기보다 환매조건부 주택만 공급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첨자와 공공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적정선에서 환수 균형점을 찾는 게 성공 과제”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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