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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재회한 '조제' 한지민·남주혁…이번에도 아픈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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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남주혁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이 이어 멜로 연기로 재회한 영화 '조제'(사진)가 오는 10일 개봉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지민, 남주혁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이 이어 멜로 연기로 재회한 영화 '조제'(사진)가 오는 10일 개봉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주혁씨는 꾸밈없고 맑고 투명하죠. 장난치면서 거짓말할 때도 얼굴에 다 드러나요. 잘 숨길 수 없는 게 매력이자 앞으로도 잃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에요.”(한지민)

10일 개봉 새 멜로 영화 '조제' 주연

“지민 선배님은 옆에서 보면 혼자 걷지 않게 사람들의 발을 맞춰주는 느낌이 있어요. 저뿐 아니라 작업한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란 점이 조제와 닮았죠.”(남주혁)

지난해 시상식을 휩쓴 드라마 ‘눈이 부시게’(JTBC)에 이어 새 멜로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로 다시 뭉친 배우 한지민(38)‧남주혁(26)이 4일과 7일 각각 화상 인터뷰에서 들려준 얘기다. 서로를 향해 순수하게 감탄하는 모습이 영화 속 캐릭터에 슬며시 겹쳐졌다.
10일 개봉하는 ‘조제’는 선천적 다리 장애를 갖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던 조제와, 우연히 그와 만난 대학 졸업반 영석의 가슴 저린 사랑을 그렸다. 동명 소설에 바탕해 일본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치즈루 주연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끈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를 리메이크 했다.

한예리 주연 로맨스 영화 ‘최악의 하루’(2016), 아이유 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밤을 걷다’(2019) 등을 만든 김종관 감독이 이번 한국판 메가폰을 잡았다.

한지민 "주혁씨가 '누나 조제랑 딱 어울린다' 했죠" 

영화 '조제'로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지민은 “‘조제’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성격과 자기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는 연기에 익숙한데 ‘조제’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밑그림만 있는 느낌이었다. 눈빛과 시선으로 전해줘야 할 것이 많았는데 감정을 다 담아내고 있는 걸까, 불안감은 항상 있었지만 그런 고민이 배우로선 특별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영화 '조제'로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한지민은 “‘조제’가 배우로서 성장통을 준 작품”이라며 “성격과 자기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는 연기에 익숙한데 ‘조제’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밑그림만 있는 느낌이었다. 눈빛과 시선으로 전해줘야 할 것이 많았는데 감정을 다 담아내고 있는 걸까, 불안감은 항상 있었지만 그런 고민이 배우로선 특별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예전부터 김 감독과 협업을 논의해왔다는 한지민은 “주혁씨가 먼저 캐스팅됐을 때 감독님 영화가 주혁씨 성격과 정서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축하해줬다”면서 이어 “제가 (제안) 받았을 땐 ‘눈이 부시게’ 방영이 끝날 때쯤이어서 주혁씨한테 먼저 물어봤다. 바로 다시 나랑 연기하는 게 어떤지 편하게 말해 달랬더니 ‘누나 너무 조제랑 딱 어울릴 것 같다’고 흔쾌히 반겨줘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또 10여년 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본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아련하고 슬펐다”면서 “여운이 강해 겨울이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멜로였다. 연인 간의 이야기지만 이별이 관계의 끝이 아닌 또 하나의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끌렸다”고 했다. “저의 조제는 조금 더 어둡고 쓸쓸하지만, 위스키나 요리, 책을 통해 상상을 펼치는 새로운 면들을 저만의 것으로 해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지, 하면서 연기했다”고 했다.

남주혁 "이제 막 따뜻한 해가 떠오르는 느낌의 영화" 

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남주혁은 “사람으로는 막연하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20대 배우로선 연기하며 즐거워하는 제 모습이 연기하는 순간에도 담겨 그 인물 자체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작품, 장르에 도전해 잘 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남주혁은 “사람으로는 막연하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20대 배우로선 연기하며 즐거워하는 제 모습이 연기하는 순간에도 담겨 그 인물 자체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작품, 장르에 도전해 잘 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남주혁에게 이번이 두번째 영화다. ‘눈이 부시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최근 종영한 tvN ‘스타트업’ 등 드라마 주연작은 많지만 영화 출연은 스크린 데뷔작 ‘안시성’(2018)이 유일했다. “부담감 속에서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는 그는 지난달 ‘조제’ 제작발표회에서 갑자기 눈물 흘리기도 했다. “촬영 때 영석의 마음이 올라왔다”면서다. “원작이 차갑고 푸르스름한 새벽, 해 뜨기 직전의 느낌이라면 저희 영화는 차가운 새벽은 똑같지만 이제 막 따뜻한 해가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원작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김종관 감독님만의 ‘조제’에 기대감이 커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12살차 캐스팅…원작에 없던 연상연하 설정

영화 '조제'에서 영석이 조제의 집에 와 식사 준비를 거드는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제'에서 영석이 조제의 집에 와 식사 준비를 거드는 모습이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인공들이 또래였던 일본영화와 달리 12살 차인 두 사람이 캐스팅되며 연상연하 설정이 생긴 터다. 영석의 어색한 존댓말이 웃음 버튼이 되기도 한다.
“정말 동네에 사는 청년처럼 평범함을 담으려 했다”는 남주혁은 “날 것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 다큐멘터리나 2000년대 초반 한국 멜로작품을 다 찾아봤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촬영하러 가본 적도 있다면서다. 한지민 역시 다리가 불편한 조제에게 익숙해지려 집안에 휠체어를 두고 연습하는 한편, 실제 자신의 부스스한 곱슬머리를 손대지 않고 드러내며 메이크업으로 거친 피부와 잡티, 각질 따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산책길에, 좁은 잠자리에, 마주앉은 밥상에 깃든 일상의 사랑을 빚어냈다.

조제와 영석이 놀이공원에 간 한 때. 조제는 늘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제와 영석이 놀이공원에 간 한 때. 조제는 늘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실시간 연애담이라기보단 이별 후에 회상한 추억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가슴시린 사랑의 순간들을 세밀화처럼 정성껏 그려내 이어나간다는 점에서다. 정작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아픈 상처, 이별의 장면들은 짧게짧게만 묘사하다 보니, 관객이 극 중 맥락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구경꾼으로 밀려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지민은 “이별하더라도 그로 인해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명확한 이유를 담지 않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민, 올해 할머니 돌아가시고 조제 많이 생각났죠

실제 두 사람도 아픈 이별을 해봤을까. “사랑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은 매번 있는 것 같아요. 꿈이 또렷해질수록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져요.” 남주혁은 이렇게 즉답을 피했지만 한지민은 “나이가 있는데 당연히 해봤다”고 털어놨다. 한지민은 “남녀 사이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겁내고 익숙해지는 데 좀 느린 편인데 돌이켜보면 후회 없을 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다”고 했다. 올해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조제가 더 많이 떠올랐다는 그는 “요즘은 누가 옆에 있어도 많이 외롭다. 나를 많이 비우고 있다”면서 “꿈과 목표가 늘 지금, 현재, 여기를 살자다. 과거에 대해 많이 후회하고 집착하는 성격이었는데 요즘은 지나고 나면 없어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고 지금을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촬영을 마치고 코로나19 속에 어렵사리 개봉 일정을 정한 터다. 남주혁은 조심스러운 마음도 내비쳤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떻게 얘기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안전하게 저희 영화 즐기시고 보신 분들에겐 오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조제'에서 조제는 불편한 다리를 대신해 할머니가 주워온 헌책, 위스키 병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런 조제의 공간에 영석이 조금씩 들어선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조제'에서 조제는 불편한 다리를 대신해 할머니가 주워온 헌책, 위스키 병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런 조제의 공간에 영석이 조금씩 들어선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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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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