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디지털성범죄 '자발적 자백과 내부고발' 인센티브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8 10:49

업데이트 2020.12.08 14:13

지난 3월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던 조주빈의 모습. 조주빈은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던 조주빈의 모습. 조주빈은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7일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확정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두 번 이상 제작했을 경우 법원이 최대 29년 3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상습 제작시 최대 29년형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구입한 경우와 불법 영상 촬영의 경우 최대 6년 9월에, 불법 영상물을 소지만 한 경우에도 징역 4년 6월에 처해질 수 있다. n번방 사태 이후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대폭 올라간 것이다.

피해자다움 조항 삭제, 피고인의 유포방지 노력 추가   

이날 양형위 결정의 또다른 특징은 디지털성범죄 사건에 있어 양형의 특별가중인자 8개와 특별감경인자 5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양형위원회는 총 13개의 인자를 제시하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한번 확산되면 피해회복이 어려운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을 반영했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는 성범죄 피고인의 특별감경인자에서 일반감경인자로 변경했다. 피고인의 가중처벌 요소였던 '피해자의 심각한 피해 야기'의 이유 중 피해자의 '자살과 자살시도'도 빼기로 했다. 이런 조항이 피해자에게 오히려 '피해자자움'을 강요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피고인의 특별 감경인자로 불법 촬영물의 피해 확산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추가했다. 성착취물이 유포되기 전 피고인이 삭제하거나 폐기한 경우, 본인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을 삭제할시 특별감경인자가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감경, 가중인자가 더해질 경우  

예를 들어 불법촬영물 제작의 경우 기본 양형은 5~7년이다. 여기에 특별 가중 인자를 더하면 19년 6월, 상습범일 경우 29년 3월로 형이 대폭 늘어나는데, 기본 양형에서 특별 감경이 적용될 경우 형은 2년 6월~6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초범일 경우를 기준으로 특별 가중인자와 감경인자 사이에 형량 차이가 최대 17년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달 조주빈의 선고기일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조주빈의 선고기일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양형위는 n번방 사건에서 드러났듯 범인을 추적하기 어려운 디지털성범죄의 특징을 고려해 "피고인이 완전한 자발적 자수와 내부 고발로 범행의 전모를 드러내는 경우"를 특별감경인자로 제시했다. 자발적 자백은 아니더라도, 공범 처벌과 후속범죄 저지에 기여한 경우 일반감경인자가 적용될 수 있게 했다.

n번방 사건 영향, '내부고발'은 감경사유 

이는 n번방 사건에서 조주빈의 공범들의 자백과 수사 협조가 전체 범죄의 전말을 밝히는데 큰 역할을 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고인의 감경사유 중 하나인 법원 현금 공탁의 경우도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한 양형요소라는 이유로 감경인자에서 빠졌다. 양형위는 불법촬영 범죄에 있어 다수가 역할을 분담한 경우, 전파성이 높은 수단을 촬영한 경우를 특별 가중인자로 포함시켰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민의견 1만 5000건을 양형위에 전달했던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이날 의결안에 대해 "국민들은 디지털성범죄에 있어 단순한 자백이나 반성이 아닌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 국민의 의견이 어느정도는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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