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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룻밤'이면 OK···존 레논 결혼한 지브롤터 가는 커플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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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3월 비틀스 존레넌과 부인 오노요코가 지브롤터 바위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존레넌공식홈페이지]

1969년 3월 비틀스 존레넌과 부인 오노요코가 지브롤터 바위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존레넌공식홈페이지]

이베리아반도 최남단 스페인 끝 영국령 지브롤터가 세계 젊은이들의 '웨딩 핫스팟'으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럽 국가들의 관공서가 문을 닫으며 혼인신고를 할 수 없게 되자, 마음 급한 커플들이 '초스피드 결혼'을 위해 이곳에 온 탓이다.

8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결혼을 위해 지브롤터를 찾은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혼인신고에 최소한의 절차를 요구하고, 다른 지역보다 국경제한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다른 나라는 혼인신고를 위한 최소 거주요건으로 2~3주가 소요된다. 하지만 이곳에선 '단 하룻밤'이면 된다. 외국인 여행객의 자가격리 기간도 단 5일뿐이다.

현지 웨딩플래너 레샴 마흐타니는 "지브롤터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사용 의무화 등 사교 모임 제한조치가 다른 곳보다 엄격하지 않아 스페인 등 이웃 지역에서 많은 커플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브롤터는 울릉도의 약 10분의 1 면적인 6.8㎢에 불과한 섬이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기원후까지도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여러 민족이 쟁탈전을 벌인 격전지였다. 비틀스의 존 레넌과 부인 오노 요코가 1969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지브롤터 바위산과 시내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지브롤터 바위산과 시내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아일랜드 더블린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브루노 미아니(40)는 지난달 여자친구 나탈리아와 이곳에 찾아 혼인신고를 마쳤다.  미아니는 "지금 결혼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브롤터에 가는 것"이라며 "이미 부부로 함께 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지브롤터의 웨딩플래너들도 불현듯 찾아온 호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현지 웨딩 이벤트업체 이사 린 힌들은 "우리는 충분한 결혼공간을 확보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치러지는 결혼식은 대부분 여행제한으로 서로의 나라를 찾지 못하는 롱디(장거리 연애) 커플들이다. 힌들은 "일반적으로 합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해야 연인을 자국에 데려올 수 있다"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는 데 필요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결혼이 절실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국인 여성 스콧 제로(41)도 이달 초 지브롤터의 식물원에서 러시아인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혼인 증명'을 할 수 있게 돼, 남편이 된 그와 미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제로는 "지브롤터에서 결혼하지 못했다면, 우린 여전히 화상채팅으로 대화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브롤터 당국도 등기소에서 결혼식 행사를 치르는 횟수를 늘리고, 야외행사장을 확대하는 등 수요급증에 대응해왔다.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수석장관은 "지브롤터가 분단의 장소가 아닌, 사랑의 장소로 알려지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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