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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中 명품짝퉁 공장이 2㎞···“韓 주고객” 입이 쫙 벌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서울본부세관이 ‘특S급’ 짝퉁 밀수단을 검거했다. 1300만원 짜리 유명 브랜드 위조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회원제로 운영하며 불법 판매하다 적발됐다. 국내 불법 유통한 밀수총책 A(38)씨와 국내 배송책 B(36)씨 모두 30대였다.

중국 최대 짝퉁 도매단지 ‘무역촌’ #공장 낀 짝퉁 상점 2000곳 이상 성업중 #단속 피해 매장 전시 않고, QR코드로 거래 #정품 가격의 1/10 수준에 팔아 #품질 증명, 공장 영상도 공개 #올해만 짝퉁 300억 대 적발 #공안 단속 무색, 버젓이 영업

‘짝퉁’ 상품은 중국에서도 골칫거리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지역 사법당국의 짝퉁 제조단 검거 기사가 보도된다. 하지만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고 각종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는 중국 ‘명품 짝퉁’ 상품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현지 매체의 보도를 토대로 지금도 번성하고 있는 중국 내 최대 짝퉁 도매시장을 찾았다. 상하이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장쑤성 창수시 무역촌이다.

중국 장쑤성 창수시 무역촌. 짝퉁 가게 2000여 곳 이상이 모여 있는 이 거리는 중국 최대 짝퉁 도매단지 중 한 곳이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중국 장쑤성 창수시 무역촌. 짝퉁 가게 2000여 곳 이상이 모여 있는 이 거리는 중국 최대 짝퉁 도매단지 중 한 곳이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무역촌으로 가자고 하자 기사는 익숙하다는 듯 두 번 묻지도 않고 방향을 잡았다. “가짜 명품을 많이 팔고 있나”는 질문에 “가서 직접 보라”고만 했다.

짝퉁 단지 입구엔 ‘US POLO’ 마크와 함께 ‘무역촌’이란 입간판이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으로 4~5층짜리 건물들이 무려 2㎞ 이상 이어졌다. 1층은 가게, 그 위론 상인들이 사는 곳이다.

매장들에선 짝퉁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없다. 대신 공장점이란 간판을 단 가게들은 메신저를 통해 물건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아 상품을 출하하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매장들에선 짝퉁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없다. 대신 공장점이란 간판을 단 가게들은 메신저를 통해 물건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아 상품을 출하하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가게 앞에는 대부분 QR 코드가 붙어 있었다. 상점 이름은 ‘OO 무역’이란 식으로 돼 있고, 옆에는 ‘공장점’이라고 쓰여 있다. 자체 제조 공장을 끼고 있다는 의미다.

가게 내부에 짝퉁 명품 상품들이 전시돼 있진 않았다. 매장에 걸려 있는 건 주로 브랜드가 없는 옷들이었다. 점주에게 “짝퉁 명품은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넌지시 묻자 “최근 시 당국이 단속을 하고 있어 대부분 철수했다. 직접 보긴 쉽지 않을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건물들은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 가게 출입문을 반 이상 닫아두고 안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상인들이 많았다. 특히 가게 앞에는 검은 봉지 덩어리들이 많이 쌓여 있었는데 오토바이나 삼륜차 기사들이 와서 한꺼번에 실어나르곤 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봉지로 싸서 옮기는 것이다.

또 다른 점주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영업한다”며 “이곳은 도매시장이라 각지에서 온 상인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혼자서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면 되레 의심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중개인이란 중국 여성이 다가와 위챗을 통해 QR코드를 인식하면 짝퉁 물건을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계정이 연결되면 메신저를 통해 각종 물건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중개인이란 중국 여성이 다가와 위챗을 통해 QR코드를 인식하면 짝퉁 물건을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계정이 연결되면 메신저를 통해 각종 물건을 고르고 주문할 수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그렇게 두세 시간쯤 지났을 무렵, 한 여성이 다가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위챗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물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인을 중개인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QR코드만 10여 개를 제시했다. 이를 인식한 뒤 기다리자 짝퉁 판매 상인들의 계정이 차례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단속을 피해 위챗 메신저 계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제공되는 짝퉁 물품 리스트.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단속을 피해 위챗 메신저 계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제공되는 짝퉁 물품 리스트.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계정을 통해 캐나다 구스, 노스페이스 등 겨울 의류부터 시작해 나이키, 아디다스 브랜드 신발과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 등 명품 가방에 이르기까지 수백 종의 상품들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캐나다 구스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쇼핑몰에서 9900위안(168만원)에 팔리는 상품이 550위안(9만3000원)에 팔리고 있었고, 노스페이스 점퍼의 경우 정품가 2698위안(45만원)짜리가 360위안(6만원)에 올라와 있었다.

판매 상인에 문의하자 “베이징에선 여기 제품을 가져가 2~3배 값에 팔고 있다”며 “옷에 들어가는 깃털이나 소재는 실제 정품과 차이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위 ‘A급 짝퉁’이란 얘기다.

캐나다 구스 제품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쇼핑몰에서 9900위안(168만원)에 팔리는 상품이 550위안(9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캐나다 구스 제품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쇼핑몰에서 9900위안(168만원)에 팔리는 상품이 550위안(9만3000원)에 팔리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판매상은 “광둥성이나 산둥성에 공장이 있다”며 “진품을 가져오면 주문 제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지 공장 영상은 물론 진품처럼 포장한 영상, 쌓아둔 물건 창고 영상까지 공개했다. 경찰의 단속이 무색하게 온라인을 통해 사고파는 사람 간에 은밀하게 버젓이 거래가 되고 있는 셈이다.

판매업자가 제공한 짝퉁 제조 공장(왼쪽)과 배송 영상. 검은 봉지에 싸여 택배를 통해 운송된다. [판매자 제공]

판매업자가 제공한 짝퉁 제조 공장(왼쪽)과 배송 영상. 검은 봉지에 싸여 택배를 통해 운송된다. [판매자 제공]

현장 상인에게 “물건을 직접 볼 순 없겠냐”고 하자 “밖에선 안 된다. 대신 택배로 어디든 보내줄 수 있다”며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그는 “얼마 전에 기자가 와서 열어줬더니 다 찍어간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뒤에선 "이 사람이 일대에서 물건(짝퉁 상품)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품질 확인을 위한 제품 방수 테스트 장면(위). 나이키 등 고가의 짝퉁 신발들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 제공]

품질 확인을 위한 제품 방수 테스트 장면(위). 나이키 등 고가의 짝퉁 신발들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 제공]

한국 업자들 상당수가 이곳을 통해 ‘짝퉁 명품’을 국내로 반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상인은 “물건을 사러 오는 한국 상인들이 엄청 많다”며 “지난 두세달 동안 한국쪽 사람들과 계속 거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와 일본에서도 물건을 많이 사간다”며 씩 웃었다. 짝퉁 제품은 불법인데 통관에 문제가 없냐고 묻자 대답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짝퉁 가게만 2000곳이 넘는다고 한다. 한 가게에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브랜드를 따로 붙여 팔고 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여성 점주는 “주문자가 원하는 제품을 여기서 만들어주고 원하는 상표는 다른 곳에서 주문해 붙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요한 대로 붙여드릴 수 있다”라고도 했다.

무역촌은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오토바이와 삼륜차들이 쉴새없이 검은 봉지를 나르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무역촌은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된다. 오토바이와 삼륜차들이 쉴새없이 검은 봉지를 나르고 있다. [선걸 JTBC 베이징총국 촬영기자]

이곳 상인들은 “요즘 단속 때문에 장사가 쉽지 않다”고 투덜댔지만, 메신저를 통한 은밀한 거래는 이렇듯 별다른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사이 검은 봉지는 쉴 새 없이 어디론가 배달됐다.

현지 창수시 사법당국은 올해만 57건, 한화로 300억 원 상당의 짝퉁 제품을 압수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위기감이 아닌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현행 중국법상 짝퉁 제품을 거래하다 적발될 경우 판매액이 5만 위안(850만원) 이하면 행정처분, 5만 위안~20만 위안(3400만원)은 징역 2년 이하, 20만 위안~50만 위안(8500만원)은 징역 2~7년, 50만 위안 이상이면 징역 7년 이상을 받게 된다. 수익의 3배를 벌금으로도 내야 한다.

하지만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이익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속이 산발적인 탓일까. 중국의 짝퉁 시장은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없다.

장쑤성 창수시=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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