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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견고한데 찜찜하다···추·윤 사태에 묻힌 ‘이재명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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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미애·윤석열 대전’이 정치권을 휘감는 중에도 무풍지대에 있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2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면서다. 유탄을 맞아 하락세를 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급상승세를 탄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비된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자체조사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결과, 이 지사는 20%로 1위였다. 이낙연 대표가 16%,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였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서 처음으로 이 대표를 역전(이 지사 19%, 이 대표 17%)한 뒤 22%(9월)→20%(10월)→19%(11월)→20%(12월)의 흐름을 보이며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같은 기간 21%→17%→19%→16%로 최근 1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윤 총장은 3%→3%→11%→13%로 야권 1위 후보로 올라섰다.

현 여론조사 기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빅3'.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현 여론조사 기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빅3'.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중앙포토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됐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40.2%로 정점을 찍은 뒤 반등 없이 하락세를 보이다 20.6%로 떨어졌다. 반면 윤 총장은 지난 6월(10.1%)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뒤 5개월 만에 9.7%포인트 상승(19.8%)했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이 대표와 격차를 오차범위(±1.9%포인트) 내로 좁힌 뒤 21.4%(9월)→21.5%(10월)→19.4%(11월) 등 안정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추·윤 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게 주효했단 분석이 나온다. 본인이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에도 이른바 ‘검찰개혁’의 당위성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의 정당성 등을 설파하는 글 외에 윤 총장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접 겨냥한 내용은 없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정(道政)에 관한 일이 아니라 직접 언급할 필요가 없고, 추 장관이나 윤 총장의 거취 문제도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것이라 메시지를 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직접 언급을 삼가 왔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실국 주요현안 보고 및 토의를 진행하는 모습. [경기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직접 언급을 삼가 왔다. 사진은 이 지사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실국 주요현안 보고 및 토의를 진행하는 모습. [경기도=연합뉴스]

문제는 지지율 20% 돌파의 동력이 됐던 ‘이재명표’ 정책이나 법안도 무풍 속 표류 중이란 것이다. 이 지사는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3차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전(全)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했지만, 여야의 이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지난 8~9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벌어졌던 ‘선별 대 보편’이란 논쟁도 불붙이지 못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설득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에게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의원은 없었다. 비문 성향의 한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될 내년 4~5월 전까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역화폐를 보편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견해에 동의하는 의원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미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방침이 선 상황이라 다들 찍힐까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을 촉구하며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게 보낸 자필 편지. [사진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을 촉구하며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게 보낸 자필 편지. [사진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8월 법정 최고이자율을 10%로 인하하는 이자제한법 입법을 제안하며 여당 의원 전원에 보낸 자필 편지. [사진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8월 법정 최고이자율을 10%로 인하하는 이자제한법 입법을 제안하며 여당 의원 전원에 보낸 자필 편지. [사진 경기도]

이 지사의 제안을 받아 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운명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신정훈 의원), 법정 최고이자율을 현행 24%에서 10%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김남국 의원)은 각 상임위 소위에 회부된 뒤 논의가 전무하다.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감독권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노동경찰제’(근로기준법 개정안, 윤준병 의원)와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김남국 의원)은 각 상임위 소위에서 심사 중이지만 정기국회 내 처리가 요원하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박용진 의원 등)이 지난 2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게 거의 유일한 성과다.

이와 관련,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정을 강조해 온 입장에서 추·윤 사태와 같이 본질과 거리가 먼 정치 현안에까지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검찰 관련 현안이 모든 걸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 지사의 이슈 주도력이 약화한 건 맞지만, 이 상황이 정리되면 재난기본소득 등 민생 이슈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며 “정책·법안으로 여의도와 거리를 좁히려는 이 지사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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