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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빚 지겠다, 2년뒤 갚겠다" 메르켈의 빛나는 '빚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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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새로운 국가채무가 발생했으며 2023년부터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새로운 국가채무가 발생했으며 2023년부터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66) 독일 총리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막대한 빚을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국민에 나랏빚을 져야 하는 이유와 상환계획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이다.

“코로나 극복에 사상 최대 예산 필요" #"2023년부터는 그 나랏빚 갚아야”

메르켈 총리는 5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의 내년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행한 대국민 팟캐스트 연설에서 "올해 연방정부는 코로나 19 팬데믹을 저지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짧은 기간 지금까지 써보지 않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고 새로운 국가채무가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수준의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며 "2023년부터는 급격히 증가한 신규 국가채무를 갚아나가기 시작해야 하고, 향후 수년간 예산정책과 관련해 엄청난 도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건설적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SZ)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정부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발발한 올해 2180억 유로(약 287조2500억원)의 빚을 냈고, 내년에도 1800억 유로(약 237조2000억원)를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코로나19 지원 및 경기부양책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5000억 유로(약 660조원) 안팎의 적자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초 60%를 밑돌다가 지금은 72%까지 치솟은 상태다.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쿠르퓌르스텐담 쇼핑대로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쿠르퓌르스텐담 쇼핑대로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 적자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독일 국민이 앞으로 국가채무 급증으로 인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는 점에서 재임 15년을 맞은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또한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지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는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이 파산하고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었다면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예산안의 지원프로그램과 보조금으로 경제회복의 디딤돌을 놓으면 코로나 19가 끝났을 때 독일 경제는 다시 성공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좋은 출발선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빚을 내지 않고 재정 운용을 잘해온 덕분에 올해와 내년 재정을 대대적으로 동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여전히 G7(주요 7개국) 국가 중 국가채무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국민이 겪어야 할 불가피한 '고통'을 정확하게 알리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봉쇄령으로 수입이 끊기게 될 음식점, 자영업자, 스포츠 센터 등에 지원을 약속했다. 또 이번 주부터 영화관 등 문화 시설이 영업 정지에 들어가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예술가와 창조적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예술과 문화를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국가이며, 앞으로 연방정부는 (문화를 통한) 삶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임박했다면서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임박했다면서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AFP=연합뉴스]

메르켈 총리는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전파했다. 그는 “조만간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면서 “코로나19 펜데믹이 9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터널의 끝에 빛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의 종식이 “몇 개월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수록, 앞으로 몇 주간 접촉을 철저히 줄일수록, 바이러스를 빠르게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 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이날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7767명, 사망자 수는 255명에 달했다.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현재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118만 4845명으로 집계됐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여러분께 인내심을 갖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 달라고 당부한다"며 “연방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기업과 경제를 강화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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