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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보며 건배! 랜선 송년회·콘서트로 연말 기분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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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신의 SNS에 에펠탑과 피사의 사탑 합성 사진을 올리고 랜선 여행을 즐기고 있는 배우 이시영씨. [SNS 캡처]

자신의 SNS에 에펠탑과 피사의 사탑 합성 사진을 올리고 랜선 여행을 즐기고 있는 배우 이시영씨. [SNS 캡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멈추면서 연말 풍경까지 달라졌다. 홈파티로 송년회를 대체하는가 하면, 공연 대신 랜선 콘서트로 공연을 즐긴다. 덩달아 홈파티와 랜선 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깥 모임 대신 미니 홈파티 붐 #“친구 불러 BTS 랜선 콘서트 볼 것” #기업들 종무·시무식도 언택트로 #자영업자 “낮에도 사람 안 보여”

서울 강남구가 직장인 조모(28)씨는 연말 대학 동기들과의 송년 모임 장소를 자신의 집으로 택했다. 정부가 1월 3일까지를 ‘특별방역 기간’으로 선포해 수도권 음식점과 술집 등이 오후 9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자인 허모(30)씨도 “연말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 가까운 동기들을 아예 집으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이모(26)씨는 “연말엔 밖에 나가지 않고 친구들과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랜선 술자리를 갖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집에서 각자 안주와 술을 준비해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함께 술을 마신다.

대기업 과장인 박모(34)씨는 “미혼인 친구들과 종종 불금이 아닌 ‘불택트’ 만남을 한다”며 “치킨과 맥주 등을 주문해 놓고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IT 회사 3년 차 김모(29) 대리는 “맥주 한잔 놓고 친구들과 줌(Zoom) 앱으로 수다를 떠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선 온라인 만남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며 ‘랜선주점’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배우 서지혜씨가 ‘나혼자 산다’에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맥주를 마시는 등 랜선 파티를 즐기고 있는 장면. [‘나혼자 산다’ 캡처]

배우 서지혜씨가 ‘나혼자 산다’에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맥주를 마시는 등 랜선 파티를 즐기고 있는 장면. [‘나혼자 산다’ 캡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형제들은 직원 1000여 명이 동시 접속하는 랜선 송년회를 계획 중이다. 이곳의 변연배 이사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각자의 집에서 송년회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언택트 종무식과 시무식을 준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IT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에 따른 직장인 인식 변화로 비대면 업무 방식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 “기업도 비대면 업무 방식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가에선 홈파티 용품이 인기다. 백화점에서는 와인, 케이크, 크리스마스 인테리어 등의 매출이 올랐다.

편의점들은 ‘홈파티 용품 세트’를 앞다퉈 팔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거리두기 강화로 온라인 매출에 주력하고 있다”며 “집 장식품이나 크리스마스 트리 등 홈파티 용품이 적게는 10%, 많게는 300% 정도 매출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대부분의 대면 행사와 모임은 취소됐다. 1953년부터 매년 열린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올해는 온라인으로 열린다. 울산, 창원 등에서는 매년 열던 해맞이 행사도 취소했다.

밤 9시 이후엔 시민들의 일상도 멈춰설 판이다. 직장인 임모(29)씨는 “퇴근 후 필라테스를 배우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날이 추워 야외 운동도 못 하고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고 낙담했다. 퇴근 후 마트 쇼핑이나 심야 영화 관람도 어려워졌다.

생계에 직격탄을 맞게 된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울상이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조모(46)씨는 “밤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낮부터 길거리에 아예 사람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인근의 노래방 점주 김모(64)씨는 “‘밤 9시 이후 멈춤’이 시작된 지난 5일 이후 주말에 온 손님은 3팀(6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강기헌·편광현·채혜선·이가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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