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대통령의 사과..울림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문재인 '정국혼란에 죄송'..윤석열사태 관련 첫 사과했지만 #대통령이 강조한 '정치적 독립' 공허하고, 사과 타이밍 늦어

1.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내 추미애ㆍ윤석열 사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혼란스러운 정국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않았지만 문장 맥락으로 볼 때 추미애ㆍ윤석열 사태에 대한 사과가 맞습니다.

대통령은 이어 ‘권력기관 개혁은 가장 큰 숙제’라며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고,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2.
대통령이 사과한 것은 여론의 압력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지지율이 떨어졌습니다.
집권후 최악입니다. 콘크리트라는 40% 지지율이 무너졌습니다. (리얼미터 12월 1주 조사. 국정수행지지율 37.4%)

이런 조사결과가 나오게 된 직접원인으로 추미애 장관의 폭주가 꼽힙니다. 윤석열 총장을 쫓아내기위해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얼마나 무모했는지 다 드러났습니다.
여론조사결과 추미애 잘못이란 지적이 높습니다. (한국리서치 12월 1주 조사. 추미애 잘못 38%,윤석열 잘못 18%)

3.
대통령이 여론에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런데 감동이 별로 없습니다.

첫째는 사과가 너무 늦었습니다.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추미애의 폭주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미 여론은 돌아섰습니다.

결정적 전환점은 윤석열을 감찰한 추미애쪽 이정화 검사의 양심선언입니다.
가장 핵심사안인 ‘판사 사찰’을 담당했던 법무부 감찰담당 검사가‘윤석열 무죄로 올린 보고서가 유죄로 둔갑했다’고 폭로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다음날인 11월 30일 ‘선공후사’란 말로 에둘러 윤석열을 꾸짖었습니다. 둔했습니다.

4.
두번째 이유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내용인데,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방향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무소불위 권력행사를 막을 견제장치’를 말했습니다.

그런데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쫓아내기는‘정치로부터의 독립’과 정반대입니다. 윤석열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겨냥한 수사를 못하게 막는  모양새입니다.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충견’ 되길 강요하는 짓입니다.

5.
반면‘무소불위 권력을 막을 견제장치’라는 주장은 (찬반을 떠나) 논리적으로 일리가 있습니다.

경찰에 수사권을 떼어주고, 공수처에 특수수사를 맡기는 것 등은 모두 기존 검찰의 권력을 쪼개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날 대통령이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한 대목은 나름의 일관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 역시 ‘정치적 독립’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정치적 독립’은 ‘권력 견제장치’보다 더 근본적인 원칙입니다.
그 원칙이 설득력이 없으니 ‘견제장치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호소 역시 와닿지 않습니다.

6.
전국판사회의도 7일‘판사 사찰’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그 논거는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세상 매사가 정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이길 거부해야 하는 영역은 많습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입니다. 법원만큼 정치적 독립이 필수입니다.
공수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칼럼니스트〉